조선 건국사를 다룬 SBS 사극 '육룡이 나르샤'의 극본을 쓴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차기작으로 '계유정난'을 다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송강호, 이정재 주연의 영화 '관상'(2013)으로도 널리 알려진 계유정난은, 단종 즉위 1년인 1453년 수양대군이 여러 대신들을 죽이고 반대파를 숙청한 뒤 정권을 장악한 사건을 일컫는다.
두 작가는 육룡이 나르샤의 마지막회 방영을 앞둔 22일 "차기작 계획은 없다. 불투명하다"면서도 "만약 한다면 '용비어천가'의 1장이 '육룡이 나르샤', 2장이 '뿌리깊은 나무'이기에 3장 '샘이 깊은 물'이 되지 않을까 한다. 즉 계유정난을 다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극적인 이야기이고, 선한 인물이 없기에 악인들이 벌이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 세조와 한명회 말이죠. 세조는 세종이 아끼는 아들이었으나 왕이 된 뒤 변질됐는데, 세종 때의 학맥이 세조 때 다 끊겼어요. 태종과 달리 공신한테 휘둘린 왕인 거죠. 한명회는 밀본의 변절자이고요."
계유정난을 다루는 데 있어 작가들의 고민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법한 선인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시청자는 (악인들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는 제3자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데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드라마가 성공한 예가 없으니 한다면 모험"이라는 것이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두 작가가 쓴, 세종의 한글 창제 과정을 그린 전작 '뿌리깊은 나무'(2011)의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이다. 국내 드라마로는 첫 프리퀄인 셈인데, 이를 두고 "작가로서 로망이었고 모험이었다"고 전했다.
"6명 주인공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감정선을 따라가 줘야 할 인물이 한 회에 15명은 됐던 것 같아요. 그 감정선을 다 잡자니 속도가 너무 느려져 감정을 건너 뛰어야 하는 인물이 많이 생겨 아쉬웠죠. 장점도 있었어요. 이야기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밀본의 싹이 터야 하고, 무휼은 이도(세종)의 호위무사가 돼야 하고, 정도전은 어느 지점에서 죽음을 맞고, 또 분이는 반촌으로 돌아가야 하고, 도담댁이 나타나고….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었죠."
◇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 역사적 인물들과 함께 제대로 그려 보고 싶었다"
극중 무사 무휼은 전작 뿌리깊이 나무와 육룡이 나르샤를 관통하는 인물이다. 이방원(태종)을 떠나 낙향하지만 후에 세종의 최측근 호위무사가 되는 까닭이다. 무휼은 왜 이방원을 떠났을까.
"육룡이 나르샤에서 무휼은 보통 사람에 가장 가까운 평범한 인물이죠. 출세를 하고 싶어하지만 나쁜 짓 하기는 싫고, 보람을 느끼며 살고자 하는 거죠. 초기 이방원에게 매료되기는 했으나, 이방원이 사람을 많이 죽이면서 무휼은 힘들었을 겁니다. 이방원은 보통 사람이 따르기에는 너무 큰 존재, 대의를 품은 사람이기 때문이죠. 이방원이 쳘혈군주라면 세종은 인문학적 군주예요. 대의를 품은 것은 같지만 세종은 보통 사람의 따뜻함을 두루 갖췄기에 무휼이 군주로서 섬기기에 훨씬 타당했다고 봅니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로 두 작가는 조선을 세운 이성계도,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도, 왕권을 강화한 이방원도 아닌 "백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