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위기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사태가 확산될지, 아니면 진정국면에 들어설 지 중대한 기로에 섰다.
현재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정관개정과 신규 자문위원단 해촉 여부에 영화인들의 이목이 쏠려 있다.
앞서 부산시는 영화제측이 위촉한 신규 자문위원 68명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애초에 임시총회 개회를 이들이 발의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자문위원의 해촉 여부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개회 유무 또한 달라지는 셈이다. 자문위원들이 해촉되고, 임시총회가 무산된다면 정관개정 역시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영화제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관개정을 1순위 과제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사실 우리는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싸워서 이길 수는 없겠지만 20년 동안 일군 것을 지켜야 되지는 않겠느냐"면서 "정관개정만이 영화제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이런 장치라도 없다면 정권이나 시장이 바뀌었을 때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23일인 오늘부터 임시총회 개회는 가능하다. 이미 지난달 25일 정기총회에서 자문위원 102명이 임시총회 요구서를 제출했고, 과반수 이상이 동의해 자동 발의가 됐기 때문이다. 정관에는 20일 이내 답변이 없다면 7일이 지난 이후 임시총회를 열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조직위원장이었던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 요구서를 받지 않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재신임 이야기가 나오자 자리를 떠났다. 그 후 기자회견에서 "자격없는 사람들이 영화제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이용관 전 위원장에 대한 부산시의 사퇴 압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해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공동 체제를 구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언제나 이용관 전 위원장의 사퇴가 전제되어 있었다. 지난해에 강수연 위원장을 돕다가 때가 되면 사퇴하겠다고 한 발언도 그 맥락이다. 이 전 위원장의 사퇴를 원하던 부산시와 합의점을 찾아서 공동 체제로 가기로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창립 멤버인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부산영화제를 떠났다. 대신 부산영화제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와 정관개정을 약속받을 수 있었다. 이 전 위원장이 자신의 사퇴를 담보로 얻어낸 결실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용관 전 위원장은 영화제를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강했다. 계속 부산시와 갈등이 일어나니 다른 지역으로 영화제를 옮기자고 하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며 "그 때도 이 전 위원장을 비롯한 초기 멤버들은 '우리가 부산시와 시민들에게 여태까지 받은 도움이 너무 많다. 부산을 버릴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고 이야기했다.
든든한 기둥 하나를 잃어버린 부산영화제는 지금 '힘이 다 빠진' 상황이다. 홀로 남은 강수연 위원장은 이 같은 비상 사태를 맞아 끊임없이 회의를 갖고 있다. 영화제 준비도 불투명해 그저 심란하고 착잡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인들의 '보이콧' 선언까지 더해졌지만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우리의 최우선은 일단 영화제 정상화였고, 영화인들은 '더 강하게 나가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도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