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을 앞둔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이 때 아닌 자막 오역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평론가 듀나는 22일 SNS에 글을 올리고 '배트맨 대 슈퍼맨' 속 자막의 이상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고담시는 타락했고, 물은 젖어있고(Water is wet)'라는 번역문을 언급하며 "'Water is wet'을 '홍수가 났다' 정도로 번역했던 것 같다. 그건 너무 뻔해서 하나마나한 소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이 커뮤니티로 퍼져나갔고, 영화팬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오역 문제에 불만을 토로했다.
해당 문구는 영화 속 신문 헤드라인으로, '고담시의 타락은 물이 액체인 것처럼 너무 당연하다'는 관용적 표현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번역은 박지훈 번역가가 맡았다. 박 번역가는 그간 마블코믹스, DC코믹스 등을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주로 번역하면서 이름을 알려왔다.
유명세만큼이나 논란도 많았다. 영화 '007 스카이폴'에서는 '된장녀'라는 단어 선택을 해 빈축을 샀고, 이후 공동 번역한 영화 '스파이'에서도 여성이나 살찐 사람을 비하하는 비속어 등을 선택해 눈총을 받았다.
이밖에도 유명 영화들에서 일부 맥락에서 어긋나거나 의미를 모호하게 하는 번역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박지훈 번역가는 '배트맨 대 슈퍼맨'의 직배사인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측과 이번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마친 상태다.
23일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측에 따르면 박 번역가는 'Water is wet'이 본인의 오류임을 인정했고, 향후 번역에 대해서는 더 조심하고 세세하게 신경쓰겠다고 약속했다.
기초적인 부분에서 오역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박지훈 번역가가 번역을 위해 받았던 스크립트에는 'Water is wet'이 아니라 'Water, wet'으로 표기가 되어 있었고, 통상 미국과 동시 개봉하는 영화는 번역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원래 번역을 마치면 본사 쪽에서 마지막 검수를 받는데 이번에는 논란이 된 번역문이 걸러지지 않았다.
갖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투자배급사들이 유독 박지훈 번역가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박지훈 번역가를 90%의 정확성을 보여주는 번역가 중 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함께 일해 온 세월도 무시할 수 없다.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100%가 되기는 어려우니, 가장 정확도와 신뢰도가 높은 사람에게 일을 맡기게 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기 때문에 업무 스타일과 기한을 잘 맞춰주는 장점도 있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