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듀오 십센치(10cm·권정열, 윤철종)의 '봄이 좋냐??'가 음원차트에서 장기집권하고 있다. 또 하나의 '벚꽃 연금송'이 탄생할 조짐이다.
십센치의 '봄이 좋냐??'는 지난 1일 공개된 직후부터 대박을 쳤다. 차트 줄 세우기를 하던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 OST와 신곡을 발표한 음원 강자들을 모두 제압하고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를 '올킬'했다.
이 곡은 이후 열흘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공인음악차트 가온차트에 따르면, '봄이 좋냐??'는 15주차 (4월 3~9일) 가온차트 디지털종합 차트와 다운로드 차트, 스트리밍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여 3관왕을 달성했다. 현재(18일 기준)까지도 주요 차트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한 인기몰이 중이다.
지상파 음악방송에서도 1위에 올랐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 1위 트로피의 주인공은 십센치였다. 함께 후보에 오른 씨엔블루의 '이렇게 예뻤나', 갓세븐의 '플라이'를 큰 점수 차이로 제쳤다. 방송 활동이 없이 얻어낸 성과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 곡이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자 십센치는 지난 10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솔로들을 위한 특별 버스킹도 열었다. 현장에는 4천여 명이 관객이 모였고, 다함께 '봄이 좋냐??'를 떼창했다는 후문이다.
'봄이 좋냐??'는 반전 봄 시즌송이다. 제목에서부터 까칠함이 느껴지는 이 곡은 커플들을 시샘하는 솔로들의 마음을 대변한 가사로 큰 지지를 얻는 중이다.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 몽땅 망해라'. 이처럼 커플들을 향해 내뱉는 발칙한 독설 가사는 단연 압권. 달콤한 사랑을 노래했던 기존 봄 시즌송들과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솔로들을 위한 버스킹(사진=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기발한 십센치의 역발상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매년 봄마다 음원 차트에 재진입하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이을 '제2의 벚꽃연금'이 탄생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곡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이 만우절 깜짝 이벤트 일환으로 발표된 곡이라는 점이다.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 따르면, '봄이 좋냐??'는 십셉치가 연애도 못 하고 일만 하는 '솔로' 직원들을 위해 만든 곡이다. 십센치와 직원들은 이 곡으로 소속사 대표를 속였다. 봄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곡인 '봄이 좋다'를 발표할 것처럼 티저까지 만들어 공개해놓고선 뜬금없이 '봄이 좋냐??'라는 곡을 발표한 것이다.
사장님까지 속이고 발표한 곡이 거짓말처럼 차트를 집어삼키고 있는 상황. 소속사 관계자는 "봄을 소재로 한 솔직한 가사가 음악 팬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하며, "만우절 이벤트로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너무 잘 풀렸다. 덕분에 회사 직원들 모두 행복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