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캠프를 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실미도로 향했다. 입소식을 하고 휴대폰을 반납한 뒤 오후에 이어진 첫 일정은 IBS 침투훈련. 100kg이 훌쩍 넘는 고무보트를 머리에 얹고 2km 가량을 행군하는 훈련이었다. 8~10명이 한 조가 돼 보트를 머리 위에 얹고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무거운 보트 때문에 목이 아파왔고, 점점 걷기도 힘들어졌다. 둘째날 이어진 산악행군과 셋째날 갯벌에서 구르는 수상훈련까지 쉽지 않은 일정에 점점 지쳤다. 밀려있을 업무에 부담도 되고,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닌데 이걸 해야 하나라는 회의감도 들었다."
국내 중견 전선업체인 대한전선이 직원들에게 해병대 캠프 참여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내부 불만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대한전선과 직원 등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다음달 12일부터 2박3일간 실미도에서 해병대 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캠프는 지난 3월에 이미 3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이후 추가로 실시하는 것으로 당시 참여하지 못했던 직원들이 대상이다.
강인한 정신력 배양과 팀워크 향상이 캠프 참여 이유지만 일부 직원들은 회사 사장단이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캠프를 인사고과 운운하며 밀어부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실제로 임직원 해병대캠프 교육참가신청 안내서에는 '교육참가자는 인사고과에 교육이수학점 반영 예정'이라는 문구가 또렷히 적혀 있었다.
또 회사 내부 공지사항에도 '불참자들은 가급적이면 참가할 것', '몸이 아프거나 힘들면 캠프참가 후 훈련에서 제외요청’이라며 사실상 캠프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
대한전선 블라인드(익명보장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강제는 아니지만 참가는 하라는 게 아이러니 하다", "갔다 온 경험자로서 진심 얻는 거 하나 없다", "강요는 아니지만 평가점수에 반영한다는 게 말이 되냐"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직원은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회사 소속의 한 공장 직원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모두 캠프 참가 신청서를 냈다고 들었다"며 "자율적으로 참여하라고 하지만 강요에 의해 가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불만은 많지만 위로부터 압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하는 조직문화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직원은 "1인당 30만원 가량 드는 캠프에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당하면서까지 참여해 얻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회사의 개인적이고 일방적인 방침을 다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회의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높은 사람들 개인의 생각에 의해서만 회사를 운영하기보다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 캠프 참가 여부를 조율해 나가는 조직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한전선 관계자는 "이번 캠프는 사내교육 이수점수에만 포함되는 것으로 인사고과 시스템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강제적인 사항은 아니고 직원들의 신청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말했다.
하지만 지난 해 모 기업이 회사단합 차원에서 산행을 강행하다 한 직원이 사망하는 등 기업의 조직 문화 강요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중이다.
권상술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는 "기업은 내부 직원들에게 창의적인 것을 강조해야 하지만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가치관을 강요한다면 당연히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다"며 "만약 (해병대 캠프가 필요하다면) 직원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는 과정이 먼저 선행됐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