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사진=노컷뉴스)
박태환(27)은 역시 '월드 클래스'였다.
박태환은 27일 오후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400m 결승 1조에서 3분44초2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올림픽 A기준 기록을 가볍게 넘어섰다. 올 시즌 세계랭킹 4위의 기록이다.
국내에서는 경쟁자가 없는 박태환의 경쟁 상대는 오로지 기록 뿐이었다.
도핑 파문 이후 18개월만에 복귀전을 치른 박태환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에서 다수의 금메달을 수확한 주종목 400m에서 어떤 기록을 남기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당시 자신이 수립한 한국 신기록 3분41초53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 4위의 기록을 내면서 건재함을 자랑했다.
올 시즌 세계랭킹 1위는 맥 호튼(호주)가 남긴 3분41초65. 제임스 가이(영국)가 3분43초84로, 가브리엘레 데티(이탈리아)가 3분43초97로 그 뒤를 잇고 있다. 4위부터는 3분45초대 기록을 남겼다.
박태환은 올림픽 출전 자격을 부여하는 기준 기록을 가볍게 넘어섰다. 국제수영연맹(FINA)에서 정한 A기준 기록은 3분50초44다.
박태환은 자유형 1500m와 자유형 200m 경기에서도 올림픽 A기준 기록을 통과했다.
박태환은 대회 첫날인 지난 25일 육상의 장거리 종목과 비교할 수 있는 자유형 1500m를 소화했다. 일반적으로 자유형 1500m 경기는 대회 막판에 편성된다. 그래서 출전을 만류하는 주위의 목소리도 있었다.
단거리 종목과는 영법의 감각이 다른 장거리 종목을 첫날부터 소화해 체력이 변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누구도 박태환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올 시즌 세계 랭킹 7위 기록을 남긴 자유형 200m 결과를 두고 체력 소진 탓에 기록에서 손해를 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래도 박태환은 400m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박태환은 지금까지 출전한 전 종목에서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A기준을 통과하면서 여전히 월드 클래스의 실력을 갖췄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박태환은 도핑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타난 선수는 3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발목이 잡혀 리우올림픽에는 출전할 수 없는 상태다.
노민상 전 수영 국가대표 감독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규정이나 모든 걸 다 지키는 게 맞은 얘기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 하나 잘못을 안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선수가 자성과 반성을 하고 있고 성찰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면 기회를 한번 주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 생각한다"며 여론의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