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제 개막식은 11일 오후 7시(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리며 개막작으로는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가 상영된다. 영화제는 개막식 이후부터 오는 22일까지 열린다.
프랑스의 평화로운 휴양도시 칸에서는 이 시기만 되면 전세계 거장들과 그 작품, 배우들까지 한데 모여 즐거운 영화 축제가 벌어진다.
올해 칸영화제에는 어떤 즐길거리들이 있을지 정리해봤다.
◇ 5편의 한국영화한국 영화는 올해 경쟁부문부터 비경쟁부문까지 총 87개 작품 중 5편 초청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가장 주목받는 경쟁부문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이름을 올린 것이 눈에 띈다. '아가씨'는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1930년대 일제강점기 부유한 아가씨의 재산과 마음을 빼앗기 위해 백작과 하녀, 후견인이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찬욱 감독은 칸영화제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감독 중 하나다. 경쟁부문 진출만 벌써 세 번째다. '올드보이'로는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고, '박쥐'로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런 박 감독이기에 이번 '아가씨'에서는 또 어떤 미학적인 시도로 칸영화제를 놀라게 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밖에도 박 감독 혹은 '아가씨' 배우들이 거머쥘 트로피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스릴러에 공포를 가미한 이 영화는 작은 시골 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나면서 시작된 의문의 사건들과 이를 파헤치려는 사람들에게 미스터리한 일들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나 감독은 영화 '추격자'와 '황해'를 통해 특유의 노골적인 사실감과 어두운 색채로 많이 사랑받았다. '곡성' 역시 이런 나 감독의 역량이 잘 발휘된 영화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된 영화 '부산행'도 빼놓을 수 없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서울에서 부산행 KTX를 탄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재난에 휘말리면서 벌이는 생존 사투를 담은 영화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재난 영화를 얼마나 실감나게 그려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밖에 박영주 감독의 '1킬로그램'은 시네파운데이션 경쟁 부문에 윤재호 감독의 '히치하이커'는 감독주간 단편 부문에 올랐다. 윤재호 감독의 신작 '마담B' 역시 ACID(프랑스 장편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부문에 초청받았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사진=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캡처)
◇ 박찬욱과 경합 벌일 '칸의 총아들''아가씨'와 경합을 벌이는 경쟁 부문 21개 작품들은 그 위력이 막강하다. 신구 '칸의 총아'들의 작품이 후보에 대거 포진해있기 때문.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들은 벨기에 출신인 다르덴 형제. 이들은 지난 1999년에 영화 '로제타'로, 2005년에는 영화 '더 차일드'로 황금종려상을 무려 두 차례나 수상했다.
올해 다르덴 형제의 신작 '언노운 걸'은 또 한 번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만약 이들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되면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세 번 수상한 감독이 된다. 68년 동안 이어진 칸영화제 역사상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한 감독은 다르덴 형제를 포함해 7명 뿐이다.
황금종려상을 한 차례 수상한 감독은 또 있다.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바칼로레알'로 2007년이 이어 다시 한 번 황금종려상에 도전한다.
이밖에 숀 펜 감독의 '더 라스트 페이스', 켄 로치 감독의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 브루노 뒤몽 감독의 '마 루트',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 등 다양한 연령대의 감독들이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한다.
올해 칸영화제 폐막작은 이례적으로 황금종려상에게 돌아갈 예정이라 더욱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칸 레드카펫 수놓을 전세계 스타들다양한 국적을 가진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밟는다. 올해 포문을 열 배우들은 개막작 '카페 소사이어티'의 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제시 아이젠버그다.
프랑스 대표 배우들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의 마리옹 꼬띠아르와 레아 세이두, '슬랙 베이'의 줄리엣 비노쉬, '엘르'의 이자벨 위페르 등 우리에게 익숙한 프랑스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