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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반기문, 7년 만에 확 달라진 위상

기자수첩

    [뒤끝작렬] 반기문, 7년 만에 확 달라진 위상

    포럼 주최 측도 접근 불가…권력지향의 사회 단면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제주를 방문한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위상이 9년 만에 급등했다. 2009년 제주를 찾은 반 총장(오른쪽).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자료사진)

     

    정치권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금부터 7년 전인
    2009년에도 유엔 사무총장 신분으로 제주를 찾은 바 있다. 당시의 반 총장과 2016년 다시 찾은 반 총장의 위상은 놀랄 만큼 바뀌었다.

    관광객들과 편안하게 어울리고 제주의 숲길을 함께 걷던 유엔 사무총장이었지만 지금은 취재진의 근접은 물론 행사를 주최하는 기관의 접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유엔이 사무총장의 경호를 강화한 것은 아니다. 왜 이럴까?

    유엔 사무총장의 위상이 이렇게 높아진 것은 한국정부가 유엔의 국제사회 역할을 새롭게 확인했기 때문이 아니다. 유엔 사무총장 개인의 향후 정치 행보 때문이라는 점에서 씁쓸하다.

    2009년 제5회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자유로웠다. 심하게 말하면 행사에서 유엔 사무총장의 위치는 뒷전이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09년 제주평화포럼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자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다. 당시 기조연설은 한승수 국무총리 혼자 했다.

    다섯 번째 아시아 지역 국제 행사에서 유엔 사무총장의 연설은 행사 마지막날인 3일째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한 반 총장은 사려니숲길도 걸었다.

    특별한 경호 없이 한승수 국무총리와 함께 여유롭고 자연스럽게 걸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1㎞ 정도를 걷다가 돌아왔다.

    다음날 성산 일출봉을 찾아 관광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등 역시 편안한 행보였다.

    하지만 2016년 제11회 제주포럼에 참석한 유엔 사무총장의 위상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25일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반 총장은 곧바로 다음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카메라 기자들은 멀리서 그의 모습을 촬영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반 총장이 제주공항을 급하게 빠져나가면서 탄 차량은 BMW 방탄 차량이었다.

    한국 방문 첫날 토론회와 만찬장에서 나온 소식도 통제된 상태에서 공개됐다.

    26일 개회식에는 기조연설의 선두에 섰다. 7년 전에는 개회식에 참석하지도 않은 채 포럼 마지막날 기조연설을 한 것과 큰 차이다.

    ◇ 제주포럼 주최 측도 "사전협의 없었다" 오찬장 접근 불가

    반 총장이 참석한 2016년 제주포럼 조찬장과 오찬장에서는 제주포럼 행사 주최 기관의 접근도 쉽지 않았다. 심지어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오찬장에도 들어가지 못했다는 말도 있다.

    이날 오찬장에는 황교안 국무총리도 없었다.

    제주포럼을 주최하는 제주도가 포럼 사무국으로부터 접근에 통제를 받았다면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반 총장을 만나기 위해 원내대표는 물론 국회의원들이 대거 제주포럼에 참석했다. 포럼 내용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단지 반 총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출신 유엔 사무총장의 위상이 급등한 것이 결국 차기 대권 주자라는 점에서, 그것도 여권의 유력한 후보라는 점에서 높아졌다면 국제사회가 어떻게 볼까?

    너무나 권력 지향적인 우리 사회의 진면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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