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자료사진=노컷뉴스)
"김현수의 타율이 0.350 아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할 생각이 없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벅 쇼월터 감독은 30일(한국시간)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남긴 말이다.
쇼월터 감독의 말은 지역언론 '볼티모어선'을 통해 소개됐다. 볼티모어를 담당하는 전문기자 에두아르도 엔시나는 쇼월터 감독이 농담(joke)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수에 대한 기용 방침을 진지하게 못박은 것이 아닌 것만큼은 틀림없다. 아마도 김현수와 그의 높은 시즌 타율에 대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다가 농담조로 가볍게 나온 말일 것이다.
그래도 김현수를 바라보는 벅 쇼월터 감독의 시선이 불과 두달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만큼을 알 수 있다.
김현수는 30일 경기까지 5경기 연속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타순도 하위타순에서 2번타자로 승격됐다. 김현수는 제한된 기회 속에서 4할대에 육박하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잘 맞은, 김현수 특유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도 나오고 있다.
때마침 볼티모어 타자들 일부가 슬럼프에 빠졌고 삼진이 유독 많은 타선 구성 때문에 쇼월터 감독은 '플랜B'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에 방망이를 맞히는 능력이 탁월한 김현수에게 시선을 돌린 것이다.
김현수는 이날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쏘아올리며 쇼월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4-4 균형을 깨는 결승 홈런으로 볼티모어는 클리블랜드를 6-4로 눌렀다.
쇼월터 감독은 경기 후 김현수의 홈런에 대해 "김현수 본인보다 동료들이 더 기뻐하는 것 같았다"며 덕아웃 분위기를 전했다.
김현수는 3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1득점을 기록했고 시즌 타율은 0.383으로 조금 낮아졌다. 김현수가 시즌이 끝나는 날까지 3할5푼 이상의 타율을 유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지금처럼 꾸준히 출루하고 좋은 타구를 만들어낸다면 쇼월터 감독의 농담은 진심으로 바뀔 것이다. 물론 3할5푼이라는 기준은 사라지고 김현수를 믿고 꾸준히 기회를 줄 것이다. 김현수는 지금 볼티모어 타선에게 가장 뜨거운 타자 중 한명이고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늘 가장 꾸준히 출루한 타자 중 한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