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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밋밋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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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밋밋한' 정치

    여소야대(與小野大)와 국회 원(院)구성 협상의 함수관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덩치가 크다. 키 184㎝, 몸무게 95㎏이다. 키는 중학교 2학년 때 키 그대로다. 몸무게는 100㎏에 육박한다.

    2년 전 언론 인터뷰 기사를 보니 태어나서 한 번도 팔씨름을 진 적이 없다. 그러면서 "불의를 보면 그냥 못 넘어간다. 정의감은 아직도 청년이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입장 돌변으로 20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꼬이면서 '정진석의 정치'가 궁금해졌다. 3일로 취임 한 달째를 맞는 그의 지난 한 달을 돌아볼 필요가 생긴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정치는 큰 덩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무색무취하고 밋밋하다. 밋밋의 왼쪽에 점(·)을 찍으면 '멋'이요, 오른쪽에 점(·)을 찍으면 '맛'이다. 그런데 정진석에게는 남저음 목청의 중후한 멋이 없고, 신선한 감칠맛도 없다.

    무엇보다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아니라 여당이 하는 것이 관례"라는 그의 '말 바꾸기'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최초의 '원외 원내대표'였던 지난달 11일 "총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장직을 가져오기 위해 무소속 의원들을 새누리당에 복당시켜 1당이 되는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소통의 의미'를 아는 언론인 출신답다고 생각했다. 그의 말대로 민심이 반영된 총선 결과는 '여소야대(與小野大)'이다. 따라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회의장을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양보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어제 갑작스레 말을 바꿨다. 말을 바꾸게 된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당장 원 구성 법정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단은 오는 7일, 상임위원장은 9일까지 선출해 원 구성을 마무리하도록 법정시한을 두고 있다.

    야당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지시(오더)를 받았나" 라며 간접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켰다. 야당의 이같은 공세는 박 대통령과 정 원내대표의 대화 모습을 연상시킨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아프리카 3개국 순방 및 프랑스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하면서 서울공항에 배웅 나온 정진석 원내대표와 짧지 않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됐다.

    (사진=청와대 제공)

     

    사실 대화는 아니었다. 정 원내대표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박 대통령의 말을 듣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다소 의외였던 것은 정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워딩을 소개했다는 사실이다.

    정 원내대표는 "많이 힘드시겠지만 잘 해내실 것이라 믿는다"고 박 대통령이 말했다고 전했다.

    '믿는다'는 말에는 두가지 정치적 함의가 있다. 하나는 (당내 현안에서) 신뢰관계의 상징이고, 다른 하나는 (야당과의 관계에서) 정치적 압박이다.

    (당내 현안에서) 신뢰관계의 '믿는다'를 통해 정진석은 '배신(背信)의 유승민'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친박계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된 정진석은 그만큼의 정치적 부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비박계 인사들을 혁신위원회와 비대위원에 대거 배치하면서 사달이 났다. 급기야 친박계로부터 '제2의 유승민'으로 공격받으며 코너에 몰렸고, 지난달 17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는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박 대통령의 메신저인 현기환 정무수석과는 KTX 앞 뒤 자리에 앉았지만 눈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 냉랭한 모습이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고향인 공주에서 '하룻밤 칩거'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결국 지난달 24일 3자회동을 통해 사면초가(四面楚歌)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어렵사리 김희옥 혁신비대위 체제가 출범하게 됐다.

    (야당과의 관계에서) 정치적 압박인 '믿는다'는 국회의장직을 비롯한 원(院) 구성협상에서 밀리지 말라는 것으로 연결된다.

    즉,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을 위한 입법지원과 조기 레임덕 방지를 위한 차원에서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물론 국회의장직을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해 법사위원장, 예결특위 위원장, 운영위원장을 확보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어쩌면 야당 출신 국회의장과 대통령 탄핵의 트라우마 때문은 아닐까. 지난 16대 국회 후반기 박관용 국회의장은 당시 원내 1당으로 야당있었던 한나라당 출신이었고,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다.

    지난달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같은 맥락이다.

    19대 국회 임기가 사실상 끝나는 날 국회 본회의가 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해 국회법 개정안 재의 요구안을 의결하고, 대통령은 아프리카 순방중에 오전 7시 10분 기상하자마자 전자결재를 통해 재의 요구안을 재가했다. 블랙 코미디 그 자체다.

    이같은 행태는 여소(與小)를 두려워 하고 야대(野大)를 무서워 하는 사람들의 정치다. 민심이 반영된 4.13 총선결과에 역행하는 정치다. 당당하지 못한 불의(不義)의 정치이기도 하다.

    "불의를 보면 그냥 못 넘어간다. 정의감은 아직도 청년이다"고 말했던 정진석 원내대표다. 협치(協治)를 위해 덩치값 하는 언론인 출신 4선 국회의원의 멋과 맛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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