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축구 영웅 미우라 가즈요시는 한국 나이로 50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요코하마FC 페이스북 캡처)
1967년 2월 26일생. 한국 나이로는 50세. 운동 선수로는 전성기 뿐만 아니라 황혼기도 훌쩍 지났을 나이다. 더군다나 극심한 체력 소모를 견뎌내며 90분 내내 거친 몸싸움을 펼쳐야 하는 축구에서 50세라는 나이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일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사나이가 있다. 바로 일본의 축구 영웅 미우라 가즈요시(三浦知良)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이름 미우라. 지금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황선홍, 최용수, 윤정환이 1990년대 한국 축구를 이끌 당시 일본에는 미우라가 있었다. 그리고 황선홍보다 한 살 많은 미우라는 아직도 그라운드에 남아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일본 J2리그 요코하마FC 소속으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미우라는 19일 '2016 J2 리그' 19라운드 FC기후전에 선발 출전해 전반 22분 머리로 선제골을 올렸다. 지난해 6월 28일 이후 약 1년여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비록 팀은 1-2로 역전패했지만 미우라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일본 최고령 득점 기록을 49세 3개월 24일로 갱신했다.
미우라의 대단함은 단순히 득점만으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는 지금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처럼 가공할만한 골 폭풍을 몰아치지도, 팀 전체를 좌지우지할 만큼의 존재감을 뽐내는 선수도 아니었다. 그러나 일본 축구가 중요한 일전을 치르는 시기에 미우라가 있었고 그는 뛰어난 활약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1998 FIFA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최종예선에서 미우라는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4골을 몰아쳐 일본의 사상 첫 본선행에 일조했다. 하지만 미우라는 프랑스에 가지 못했다. 당시 감독이던 오카다 다케시와의 불화와 더불어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눈앞에 다가온 월드컵 출전의 꿈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이후 자국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에서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하는 등 월드컵 출전 기록이 없는 비운의 스트라이커로 남았다.
하지만 미우라는 아직 월드컵 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3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선수라면 축구화를 벗는 순간까지 대표팀 승선을 꿈꿔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아직 현역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의 행보는 이런 의지를 증명하고 있다.
미우라의 대단함은 자기 관리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반(半) 백세'에 접어든 지금도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측정한 체지방률은 9.2%로 나왔을 정도다.
모든 선수에 본보기가 될만한 마음가짐과 철저한 관리를 바탕으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미우라의 축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