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사진=박종민 기자)
새누리당 탈당 의원들의 일괄 복당 결정과 관련해 친박계 일부 의원들의 '집단행동'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친박계의 '돌출' 행동이 당내 화합과 쇄신을 망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반성은 커녕, 당내 패권을 장악하려는 집단 행동이 당을 점점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야당에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의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지난 20일 친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30여명이 집단 성명서를 발표했다.
혁신비대위원회가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을 결정한 이후 두 번째 성명서였다.
이날 모임에 참여한 의원은 3선의 조원진 의원을 비롯해 김진태, 김태흠, 윤재옥(재선), 이만희, 추경호, 엄용수(초선) 의원 등 친박계 소장파 의원 27명이다.
이들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 둥글게 둘러앉아 일괄복당 결정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두 시간에 걸친 모임 후 이들은 정진석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 의원총회를 소집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화합을 위해 솔선수범 해줄 것을 요구했다.
권성동 사무총장에게는 이번 사태로 무너진 당의 기강을 바로잡고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무총장직을 즉각 물러나는 결단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또 유승민 의원 등 복당이 결정된 탈당파 의원들에 대해서는 의원총회에서 본인들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괄복당 결정 직후 "비대위 쿠데타"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격양된 모습을 보이던 때와 비교했을 땐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였다.
하지만 당의 결정에 '어깃장'을 놓으며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친박계의 '집단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당내 쇄신파인 비박계 김용태 의원이 비대위원장에 내정됐을 때도 친박계의 보이콧으로 전국상임위원회와 전국위원회가 잇따라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총선 패배 50일만에 출범한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작업에도 친박은 매번 제동을 걸었다.
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당내 혁신 1순위로 꼽은 복당 문제가 일괄 복당으로 결정된 뒤에도 '절차'를 문제삼으며 비대위의 결정에 반발했다.
친박의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이 "복당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수위가 한층 낮아지긴 했지만,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당 혁신의 발목을 잡는 친박계의 돌출 행동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총선 이후에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일부 계파의 행동 탓에 국민의 관심은 점점 더 멀어졌다"며 "내년 대권의 80% 이상이 야당으로 넘어갔다"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또 다른 의원은 "친박의 이같은 집단행동은 당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전당대회를 겨냥한 패거리 정치라고 보는 게 맞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