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 자료사진)과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페이스북 캡처)
'남성판 신데렐라'로 불리는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상대로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임 고문이 이 사장의 '편법 증여'를 지렛대 삼아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8일 "과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등과 관련해 편법 증여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며 "이 사장 측이 재판 과정에서 재산증식 과정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할 경우 임 고문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이혼 조정으로 끝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산분할 청구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가사소송법 48조 2항에 따라 당사자에게 재산상태를 구체적으로 밝힌 재산목록을 제출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이를 '재산 명시' 조항이라 한다.
하지만, 재산목록만으로는 나눌 재산을 가름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재판부는 '재산 조회'를 할 수 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금융기관 등에 당사자 명의로 된 재산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조회를 거부할 수 없다.
재산 조회 결과 누락된 재산이 발견될 경우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같은 재산 명시 및 조회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따라서 임 고문이 재판부에 이 사장의 재산목록 제출과 재산 조회를 신청하면 이 사장 명의로 된 금융재산·부동산 등을 속속들이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사장의 정확한 재산 규모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삼성물산과 삼성SDS 등 이 사장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주식 지분에 비춰볼 때 평균 2조 4000억원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6년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언급된 이 사장의 재산은 19억 달러로, 한화 가치로 환산하면 2조원이 훌쩍 넘는다.
임 고문이 지난달 29일 이 사장을 상대로 재산분할 소송을 내면서 청구한 금액은 1조 2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적으로 맞벌이 부부가 이혼할 경우 5대 5의 비율로 재산을 나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장의 재산은 약 2조 4000억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재산 형성 과정이다. 이 사장은 지난 1999년 임 고문과 결혼하기 전에 대부분의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산분할 대상은 혼인 이후 형성된 재산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임 고문이 청구한 금액대로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사장이 법정에서 재산목록 공개를 꺼릴 경우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사장이 취득한 삼성물산과 삼성SDS 주식은 과거 '편법 헐값 증여'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이 사장을 포함한 삼남매에게 삼성 에버랜드(현 삼성물산)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발행한 뒤 편법 증여한 혐의로 지난 2008년 특검에 의해 기소됐다.
대법원에서 에버랜드 사건은 무죄, 삼성SDS 사건은 유죄가 각각 확정됐지만,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증여 재산의 규모를 공개하기 꺼려하는 이 사장이 결국에는 임 고문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면서 합의로 끝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임 고문이 재산분할 금액과 아들의 양육권을 최대한 보장 받기 위해 삼성가(家)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