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제공)
9일(토)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난 1999년 경남 진주에서 실종된 뒤, 이듬해 백골의 변사체로 발견된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추적하는 딸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랜만에 밟은 한국 땅. 세라(가명) 씨는 17년 전 갑작스레 실종돼 사망한 채 발견된 엄마의 죽음에 얽힌 의문을 풀고 싶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찾아왔다. 당시 열한 살이던 소녀는 어느새 훌쩍 자라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어엿한 성인이 됐다.
"한 번도 웃은 적 없어요, 제 꿈에 나와서…. 한 번도 웃거나 저한테 다정하게 말한 적 없어요. 계속 이렇게 슬픈 얼굴로 울고 있어요." - 세라 씨 인터뷰 중
세라 씨의 어머니가 홀연히 사라진 때는 지난 1999년 10월 9일. 어머니 박 씨는 퇴근 후 친정엄마, 어린 아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중이었고 딸 세라 씨는 TV를 보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날이었다. 가족의 평화로운 시간을 깨트린 것은 식사 중 걸려온 한통의 전화였다.
"제 딸이 하는 얘기로는 '지금 시간에는 택시도 없고, 버스도 없어서 나갈 수가 없다'는 말을 했고 '태우러 오면 나갈 수 있다. 세라 아빠 사무실 앞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 피해자 친어머니 진정서 중
이 전화를 끝으로 엄마는 밤길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이것이 세라 씨와 가족들이 기억하는 어머니 박 씨의 마지막 모습이다.
"엄마가 나갈 때마다 울고불고 하면서 나가지 말라고 했었는데…. 있잖아요, 그날따라 엄마 가는 데 뒤도 안 돌아본 거예요. 그날 따라 제가 가지 말라고 안 해가지고…." - 딸 세라 씨 인터뷰 중
(사진=SBS 제공)
딸 세라 씨와 가족들이 애타게 찾던 엄마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그로부터 8개월 뒤인 2000년 6월. 진주에서 이십여 분 거리인 의령의 한 도로가 풀숲에서 발견된 엄마의 시신은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고 이미 백골화가 진행 중이었다. 특히 두개골은 둔기에 의해 파열됐고 상하의는 벗겨져 성폭행을 의심할 만한 정황도 발견됐다. 지갑과 핸드백을 포함한 모든 소지품이 현장에 그대로 있었지만, 엄마의 휴대전화와 신발만은 보이지 않았다.
사건 당시 세라 씨의 아버지는 집 근처 5분 거리에서 화물차 운전기사 소개소를 운영 중이었다. 어머니의 마지막 통화 내용으로 추측해 볼 때 발신자는 분명 세라 씨의 부모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가족들이 당시 들었던 통화내용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하던 경찰은 마지막 통화의 발신자가 화물차 기사 탁종우(가명) 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문제 때문에도 경찰서에서 아마 여러 번 수사를 하고 했어요. 그런데 나도 그 통화했다는, 그걸로 처음에 경찰서 붙들려 가 갖고 다 진술했는데…. 그 후로는 나하고는 더 이상 경찰서도 묻지도 않았고 오라 소리도 안했고…." - 당시 화물차 운전기사 탁종우 씨 인터뷰 중
당시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은 여러 명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단 한 명에게서도 특별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당시 용의선상에 올랐던 또 다른 화물차 기사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내용은 전혀 뜻밖이었다.
"사실은 이제 나름대로 조금 놀랐던 게 강순배(가명)가 누나를 좋아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좋아하는 사람을 이렇게 감금을 시켜서… 감금돼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 세라 씨 외삼촌 박경수(가명) 씨 인터뷰 중
당시 엄마의 휴대전화 통신내역을 확인해 달라는 가족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마지막 발신자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내놨다. 베일에 가려진 마지막 발신자. 그는 누구인가.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17년 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홀연히 사라진 엄마의 죽음을 둘러싼 풀리지 않는 의문을 딸 세라 씨와 함께 추적한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