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선수에서 곧바로 감독이 된 유일무이한 사례로 한국 배구의 역사를 바꾼 '젊은 지도자'다. 박종민기자
선수로 만났던 라이벌, 이제는 감독이 되어 다시 만났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감독은 한국 배구의 역사를 바꾼 인물이다. 현역 시절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난해 4월 코치를 거치지 않고, 선수에서 곧바로 감독이 되는 한국 배구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기대와 함께 우려도 컸던 ‘초보 감독’이었지만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를 준비했던 그는 남다른 지도력으로 한국 배구의 판을 바꿨다. 한국 배구의 숙원이었던 ‘스피드 배구’를 과감하게 도입해 정규리그 18연승의 신기록으로 당당히 V-리그 정상에 올랐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아쉬움을 맛봤지만 현대캐피탈의 스피드 배구는 V-리그에 분명한 새 바람을 일으켰다.
최태웅 감독의 현대캐피탈은 한국 대구를 대표해 15일 개막하는 ‘2016 MG새마을금고 2016 한·중·일 남자 클럽 국제배구대회'에 출전한다. 비록 외국인 선수도 없고 문성민 등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온전한 몸 상태가 아니지만 동아시아 3국 남자배구의 자존심이 걸린 이 대회에 ‘스피드 배구’로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 대표로 출전하는 상하이 골든 에이지 역시 젊은 감독 선 치옹이 최태웅 감독과 현역 시절에 이어 감독으로 맞서 싸우게 됐다는 점이다. 최태웅 감독은 세터, 선 치옹 감독은 레프트 공격수로 포지션은 달랐지만 한국과 중국의 라이벌 구도로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벌였던 사이다.
상하이 골든 에이지의 선 치옹 감독은 중국 국가대표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는 등 중국을 대표했던 레프트 공격수 출신의 절은 지도자다. 박종민기자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최태웅 감독만큼이나 선 치옹 감독 역시 1981년생으로 이제 막 30대 중반의 젊은 지도자다. 그래서 둘의 대결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선 치옹 감독 역시 2014~2015, 2015~2016시즌 상하이의 우승을 이끌며 젊은 지도자의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선수 시절에 이어 지도자로 경쟁하는 상대지만 최태웅 감독은 오랜만에 만나는 ‘적’이자 ‘동지’였던 선 치옹 감독을 반겼다. 14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대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태웅 감독은 “선수 시절 경쟁했던 사이지만 7, 8년 만에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갑다. 비록 말이 통하지 않아 많은 대화는 못 나눴지만 서로 보고 싶었다는 인사를 나눴을 정도로 친근감 있는 감독”이라고 특별한 둘의 사이를 소개했다.
선 치옹 감독 역시 “선수 시절 국가대표팀에서 자주 만났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 너무 반갑다”면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어려운 상대”라고 말했다. 비록 시기는 늦었지만 최태웅 감독의 정규리그 우승을 축하한 선 감독은 “나도 중국에서 두 번 우승했는데 최태웅 감독과 나는 젊은 선수들과 잘 소통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젊은 리더십은 소통과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