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교통규제 당국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 모터스의 자율주행 모드 사고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빠른 움직임을 요구했다.
마크 로세킨드 NHTSA 위원장은 22일(현지시간) 열린 회의에서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테슬라 건과 같은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자율주행 기술이) 완벽할 때 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테슬라 자율주행 운전자 사망…미국 "더 나은 기술 필요" 박차
테슬라 자율주행 오토파일럿 시스템 주행
테슬라는 그동안 자사 자율주행 시스템인 오토파일럿(Autopilot)이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지난 5월 테슬라의 '모델S' 운전자가 오토파일럿 모드로 달리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비판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제너럴 모터스(GM)와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자율주행 기술의 유효성에 대한 연구를 최근 다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세킨드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테슬라 자율주행 모드 운전 중에 사고로 숨진 내용에 대해 말하길 거부했다. 현재 당국이 사고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세킨드 의장은 "우리는 사람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데 필사적이어야 한다"며, 2015년 3만5000명이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숨졌고, 이는 전년대비 8%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자동차업계의 로비에서도 드러난다. 일부 의원들과 자동차업계 경영자들은 규제 대신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한 자율주행차 시험을 강화해야한다고 정부와 교통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개리 피터스, 데비 스타비나우 상원의원과 데비 딩겔 하원의원 등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협력하고 신뢰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연방정부 산하 감독·시험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데비 딩겔 의원은 자동차 산업계·노조의 이해를 대변해온 지금은 은퇴한 존 딩겔 전 의원의 아내이기도 하다.
구글 자율주행차 시험주행
미시간 주를 연고로 한 이들 세 명의 의원은 이날 NHTSA 회의에 참석한 앤서니 폭스 교통부 장관, 로세킨드 의장과 만나 자율주행차 시험 단지와 센터 부지를 돌아보는데 대부분의 일정을 소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상원의원은 "우리는 미래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미국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시험 센터가 필요하다"며 "중국과 일본, 독일, 스웨덴도 테스트 센터 설립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GM이 B-24 폭격기 등을 생산하던 시설이 있는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서쪽 윌로런(Willow Run)의 335 에이커(136 헥타르) 규모 부지와 미시간 대학 자율주행차 복합 연구소인 모빌리티 트렌스포메이션 센터(Mobility Transformation Center)를 돌아봤다. 미시간대학은 '엠시티(Mcity)'로 불리는 32 에이커(13 헥타르) 규모의 부지에 자율주행차량 시험주행 시설을 구축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경쟁 지역으로 실리콘 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주 '고멘텀 기지(GoMentum Station)'가 꼽히고 있다. 2100 에이커(850 헥타르)규모의 부지에 과거 해군무기보급기지였던 곳으로 20마일의 포장도로와 병영, 각종 도심 시설이 들어서 있다. 애플의 무인차 개발 테스트 부지로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버지니아공대는 학내 교통연구소를 중심으로 학교가 들어서 있는 블랙스버그 지역에 자율주행 테스트 센터가 설립되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에서 자율주행차의 공공도로 테스트 주행이 허용된 곳은 버지니아를 포함해 캘리포니아, 네바다, 미시건, 플로리다, 워싱턴D.C 등 6개 주다.
무인자동차 기술에서 독보적인 구글은 현재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150만 마일(약 240만 km)을 무인 자율주행으로 운전했으며, GM은 전기자동차 볼트에 무인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시험주행을 하고 있다. 포드는 곧 30대의 무인자율주행차를 제작해 공공도로에서 테스트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모터스의 자율주행차 사고가 불완전한 기술에 대한 규제 목소리 보다 오히려 더욱 기술적으로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기우는 형국이다. 물론, 그 뒤에는 미국 자동차 업계와 IT 업계의 강력한 로비가 있다.
◇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 중국은 자율주행차 주행 시험 금지
중국에서 시험중인 바이두-BMW 자율주행차
연간 2천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1억 7천만대의 자동차가 굴러다니는 중국은 오히려 자율주행차의 고속도록 시험주행을 금지하는 지침을 제정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시무룩한 반응이다.
중국 자율주행차 관련 기관인 중국신식화부와 경찰은 최근 자율주행차 지침 가이드를 만들기로 하면서 이 가이드가 완성될 때까지 자율주행차의 고속도로 시험주행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시점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미 중국내 자동차 업계와 IT업계는 미래 자율주행차 기술 확보를 위해 상당한 투자를 진행한 상태여서 이번 제동에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율주행차 시험에 돌입한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는 BMW와 제휴를 통해 중국내 기술력 선점에 나서던 상황이었고, 창안자동차도 1200마일(약 1930km) 시험주행을 마친 상태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오토파일럿 인명사고 이후 높아진 자율주행 기술의 불완전성에 대한 우려가 바탕이 된 것으로, 이들 업계는 정부 발표만 바라보며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해외 자동차 회사들의 중국 진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구글, 애플 등은 2020년 소비자용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예정으로, 불과 3~4년여 밖에 시간이 없다. 이 기간 동안 각종 사고로부터 운전자와 보행자를 보호하는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도로주행과 다양한 교통정보를 수집하고 시뮬레이션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계 최대 자동차 수요처 중 하나인 중국에서 시험주행을 할 수 없다면 그만큼 중국시장 진출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중국은 2억대의 자동차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시장조사업체 IHS는 2035년 중국내 자율주행차 판매가 57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 한국은 여전히 더뎌…"국가주도의 자율주행기술 개발·연구 클러스터 구축해야"
서울대에서 개발한 자율주행자동차 (사진=김구연 기자)
국내 자율주행차 개발 행보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에 비하면 다소 더딘 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기를 2020년으로 잡고 도로 인프라 구축 및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자율주행차 운행과 관련된 세부 허가 요건을 마련하고 시험운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정부 정책이 무인자율주행차 자체 기술력 확보 보다 인프라 확충에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인기술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무인자율자동차 기술은 아직 파편적이어서 2020년까지 경쟁력있는 자율주행주차를 내놓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완성된 해외기술에 먼저 의존하다 시장이 성숙된 단계에서 자체 기술력 가진 제품을 내놓으면 이미 늦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업계와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미국과 같은 국가주도의 자율주행 시험센터나 연구 클러스터를 먼저 구축하면서 제도개선 작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