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제) 배치 결정으로 불거진 중국의 경제 보복 우려가 '한류' 규제로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국내 메이저 연예기획사들은 "아직까지 특별한 변화는 못 느끼고 있다"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단 연예계에서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3일 "배우 유인나 씨가 중국 드라마에서 하차했다는 소문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마무리 됐고, 중국 정부가 한국 연예인에 대한 출연 규제를 지시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는 말도 실체 없이 루머처럼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늘 중국발 기사를 보니 한국 연예인에 대한 규제 사실이 없다고 하는데,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2일 중화권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중국 정부가 한류 스타 방송 출연 규제를 지시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이달부터 시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관측과 함께였다.
해당 관계자는 "중국 내부에서는 그런 것(한국 연예인 규제 등)이 암암리에 합의됐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들 말대로 그런 사실이 정말로 없을 수도 있다"며 "정치와 문화는 분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제일 (건드리기) 쉬운 쪽이 문화니까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건 현재 한국 엔터업계에서 중국 자본이 들어오지 않은 회사가 없고, (양측이) 너무 긴밀하게 엮여 있는 점"이라며 "(중국 측이 한류에 대한 규제를 가하면) 우리뿐 아니라 투자자인 중국 기업 측이 오히려 더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단순히 규제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안에서는 한류에 대한 규제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을 다녀온 방송통신위원회 김재홍 부위원장은 지난 1일 한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정부가 현 단계에서 한국에 대한 교류협력을 전면 중단조치까지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이 알아서 눈치 보면서 한류 수출이 암초에 부딪힌 징후가 느껴졌다"며 "현지에서는 당장 한국에 대한 투자를 비롯한 신규 사업을 시작할 수 없는데다, 이미 벌여놓은 사업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은 장쑤성 정부의 방송통신 담당 부성장과 지난달 28일 오전 면담하기로 했던 약속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을 겪었다, 장쑤TV와의 협력 논의 일정도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 "中 '암묵적 규제' 분위기…센가쿠 분쟁으로 일본 연예인·드라마 사라져"한국과 중국의 문화 콘텐츠 수출입 규모는 3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최대 시장인 중국과 긴밀하게 묶여 있는 국내 4대 메이저 연예기획사들은 이러한 현지 분위기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YG엔터테인먼트 측은 3일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중국 활동 규제) 루모가 돌고 있더라. 루머에 소속 그룹인 빅뱅 이야기가 나왔지만, 8월에 예정돼 있던 중국 콘서트가 원래 없었다. 신빙성이 쫌 떨어지는 게 아닌지"라며 "아직까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전달 받은) 특별한 사항은 없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소속 그룹 갓세븐의 홍콩 콘서트 이후 예정된 중국 스케줄이 없어서 지금 단계에서는 별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일단 소속 연예인들은 활동에 있어서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저희도 현지 상황을 지켜보고 알아보고 있다"며 고 전했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아직까지는 소속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에 대한 특별한 변동 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FNC 측은 "현재 (중국과는)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게 전혀 없다"며 "(중국 측의 한류 규제에 대한) 소문만 들었을 뿐 (FNC 소속) 중국 드라마 출연 배우나 공연 예정인 가수가 없다"고 했다.
중국 현지에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느끼는 한류 규제 움직임은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있었다.
중국대중문화평론가이자 11년째 중국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는 박신희 중국이오에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중국인 친구도 그렇고 중국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들도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계속 해야 되는 건지, 아니면 한중 문화교류 측면에서 진행됐던 것들을 잠시 (멈추고) 관망해야 되는 건지 저한테 계속 물어보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박 대표는 "중국 친구들 같은 경우는 이런 정부 정책에 굉장히 민감하다. 정부 정책이 나오면 거기 따라야 된다"며 "(중국 방송통신을 총괄하는) 광전총국에서 지난달 26일 회의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 자리에서 최근 국제정세를 반영해 외국 연예인들의 출연 자제, 방송 자제 이런 부분들을 얘기했던 것 같다. '그 주요 내용들이 한국을 타깃으로 한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 친구들이 두 가지 정도는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 같은데, 하나는 중국 방송에서 한류 연예인들 출연을 좀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내용하고, 또 하나는 한국 드라마 부분에 있어서 방송도 좀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방송 쪽에서 그런 부분들이 얘기되지 않았나 그렇게들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0월 한중 합작드라마 제작을 논의 중인데, 그 부분에 있어서도 지금 중국 친구들하고 다시 협의 중에 있다"며 "아무래도 (한류 규제와 같은) 이런 부분들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무작정 진행할 수도 없고 중국 친구들도 좀 더 확인을 해 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에도 (중국 정부로부터 연예인 방송 출연 금지 등이) 공식적인 문건으로 내려온 건 없었다. 다만 '국제적인 마찰이 있을 수 있으니 자제 좀 해 봐라'라는 '암묵적 규제' 분위기가 연출됐다"며 "그게 확산 되면서 일본 연예인 출연이 안 되고 드라마 수입도 안 되면서 지금은 중국 방송에서 일본 연예인이나 드라마들 보기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한중 문화 교류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우려가 많이 되는 상황이지만, 저 개인이나 관련 업계의 일부 노력만으로 풀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며 "정부나 관계기관들이 심각성을 깨닫고 그런 부분들을 파악해서 현지 관계자들과 협력해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