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칠성. (사진=삼성전자 육상단 제공)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박칠성(34, 삼성전자)은 육상 남자 경보 20km에서 완주 선수 41명 가운데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외신들은 '아름다운 꼴찌'라며 박칠성의 완주에 박수를 보냈다.
중국, 일본이 경보 세계 정상권에 진입하기 전이었다. 아시아 선수가 경보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박칠성은 걷고, 또 걸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33위를 기록했고, 이후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부터는 50km로 전향했다. 3시간47분13초의 한국신기록으로 7위에 오른 박칠성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도 출전해 3시간45분55초의 한국신기록과 함께 13위에 올랐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그리고 3월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경보챌린지에서 3시간52분26초(12위)를 찍고 2016년 리우 올림픽 출전 자격(기준 기록 4시간3분)을 손에 넣었다.
한국 육상 최초의 4회 연속 올림픽 출전.
누구도 메달을 기대하지 않는 종목이지만, 박칠성은 또 엉덩이를 뒤로 내밀고 뒤뚱뒤뚱 걷는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박칠성은 19일(한국시간) 밤 9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폰타우에서 열리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육상 남자 경보 50km에 출전한다.
목표는 당연히 마라톤을 제외한 한국 육상 역사상 첫 메달이다. 물론 어려운 목표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3시간40분대를 찍는다면 10위권 진입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3시간39분대면 메달도 노릴 수 있다.
김현섭(31, 삼성전자)의 존재도 든든하다. 4시간에 가까운 외로운 싸움을 함께 할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박칠성보다 김현섭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현섭은 20km에도 출전해 17위를 기록했지만, 50km에 초점을 맞추고 리우에 왔다. 박칠성도 주종목인 만큼 지금까지처럼 묵묵히 걷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