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도중 에티오피아 정부의 탄압에 반대하는 세리머니를 보여준 페이사 렐리사. (SI 크리스 차베스 기자 트위터 캡처)
42.195km의 마라톤 레이스가 끝나갈 무렵. 두 번째로 결승선 통과를 앞둔 페이사 릴레사(에티오피아)가 두 손을 높이 들더니 'X'자로 만들었다.
에티오피아 최대 부족인 오로모족의 평화 시위를 상징하는 행동이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최대 부족인 오로모족이 살고 있는 지역들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편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연히 오로모족은 반발했고, 시위 과정에서 말 그대로 살인 진압에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400여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만 수천에 이르렀다.
오로모족 출신 릴레사가 정부 탄압을 반대하는 세리머리를 한 것. 렐리사는 기자회견장에서도 똑같은 세리머니를 했다.
다만 올림픽 규정에 따르면 정치적인 세리머니는 징계 대상이다.
실제로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육상 200m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이상 미국)는 시상식 국가 연주 중 고개를 숙인 채 검정 장갑을 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세리머니였다. 결국 둘은 메달을 박탈당하고, 선수 자격도 잃었다. 또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박종우가 '독도는 우리땅'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세리머리를 펼치다 동메달을 박탈당할 뻔 했다.
더 큰 문제는 렐리사가 에티오피아에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에 반대했으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렐리사는 "에티오피아에 돌아가면 죽을 수도 있다. 아마도 감독에 갇히거나 추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