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폭염만큼 여름 극장가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네 편의 한국 영화 대작들이 개봉했고,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던 할리우드 대작들도 세 편이나 관객들을 찾았다.
올해 첫 천만 영화 '부산행'이 탄생했지만 다른 대작들도 고르게 흥행에 성공했다. 2016년 여름 극장가를 총정리해봤다.
◇ 여름 총 관객수 7천만 명 돌파 목전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6~8월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6천 8백만여 명에 달한다. 예년에 비해 여름 총 관객수가 늘었고, 처음으로 7천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형호 영화산업 분석가는 22일 올 여름 시장에 대해 "반전은 없었다. '빅 4' 배급사에서 내놓은 여름 기획상품이 예상대로 잘됐다. 총 관객수가 역대 최고치를 갱신할 것이니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진 것은 맞다. 그러나 애초에 여름 시장을 노리고 기획된 영화들 빼고는 남은 게 없지 않나 싶다"라고 평가했다.
관객들이 올 여름 극장을 많이 찾은 것은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진 부진과 기록적인 더위가 깊은 연관이 있다. 작품들보다는 시장 환경 상황이 관객수를 좌지우지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작품에 대한 만족도는 지난해 영화 '암살'이나 '베테랑'이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김 분석가는 "만족도 기준은 예년이 더 높았다. 겨울에서 봄까지 줄어든 관객들이 여름에 쏟아져 나왔고, 아직도 그 갈증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추석 연휴에도 천만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더운 날씨도 한 몫 했다. 5년 동안 데이터를 보면 더울 수록 관객들은 극장을 많이 찾는다"고 이야기했다.
◇ 중박 영화의 선전? 대형 영화 상영 점유율 여전올해 '빅 4' 배급사 영화들의 최고 상영 점유율을 살펴보자. 영화 '덕혜옹주'가 22.4%로 가장 낮고, '부산행'이 57.7%로 가장 높다. '터널'은 28.7%, '인천상륙작전'은 31.7%를 기록했다.
단일 영화로만 따지면 '부산행'은 지난해 천만 영화인 '암살'(46.4%), '베테랑'(34.3%) 등의 수치보다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대형 영화들의 스크린 독점 환경이 똑같기 때문에 '중박 영화' 시장이 두터워졌다고 보기에는 아직 섣부른 상황이다.
김형호 분석가는 "대형 영화들의 스크린 및 상영 점유율 문제가 해결됐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으니 '중박 영화' 시장이 좋아졌다는 것은 너무 결과론적이다. 관객들이 골고루 퍼진 것은 작품에 따른 결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환경은 똑같은데 천만 영화가 한 편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매력적인 영화가 없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부산행'의 선전에는 20대 관객의 역할이 컸다. 천만 영화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가족 관객 혹은 중년 관객들까지 수용해야 하지만 '부산행'은 좀비 소재로 어느 정도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던 탓이다.
김 분석가는 "예년 여름과 다르게 올해 여름은 20대 관객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인천상륙작전'부터 '부산행'까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대 관객들이 극장에 집결했고, 특히나 그 현상이 '부산행'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이야기했다.
◇ '희비' 엇갈린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6월에 42.6%에 불과했던 한국 영화 점유율은 8월 현재 70.9%까지 상승했다. '부산행'부터 '터널'까지 '빅 4' 배급사 영화들이 빠짐없이 극장에서 선전한 까닭이다.
이에 반해 외화 점유율은 6월에 57.4%를 기록했지만 8월 현재 29.1%까지 떨어졌다. '제이슨 본',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타트렉 비욘드' 등 할리우드발 블록버스터들 중 한 편도 한국 영화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 영화가 흥행할수록 여름 시장은 커지게 된다. 정서에 맞고, 자막은 없는 한국 영화들이 가족 관객들을 대거 흡수한다. 더위로 인한 충동 관람 역시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