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걸 진이(사진=WM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명 걸그룹 멤버가 거식증으로 활동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중에게 마른 몸을 강요해 온 미디어 등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걸그룹 오마이걸의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5일 "오마이걸 진이 양이 건강상의 이유로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며 "진이 양은 데뷔 후부터 거식증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아 진료·치료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먹는 것을 거부하는 섭식장애인 거식증은 '신경성 식욕부진'이라는 의학용어로 불린다. 마르기 위해 강박적으로 애쓰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종의 심리적·정신적·사회적 장애를 일컫는다.
전 세계적으로 할리우드 톱스타 등 유명 배우·모델들이 거식증을 앓는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으면서 거식증은 현대 사회의 문제로 부각돼 왔다. 마치 상품을 대하듯이 마른 몸을 미의 기준으로 여기도록 만든 사회 분위기에 대한 비판과 함께였다.
오마이걸 진이의 거식증 소식이 전해진 뒤 누리꾼들은 일상에 깊이 파고든 '몸의 상품화'를 드러내고 경고하는 글을 통해 거식증 권하는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트위터리안 '@M*******'는 "너무 무서웠음. 어제 네이버 실검에 '거식증 연예인'이 떴는데, 오늘 네이버 메인에 있는 게 '몸짱 연예인'이었음. '언니들 반성하게 하는 몸매' 어쩌구 저쩌구"라고 지적했다.
'@k******'도 "걸그룹 맴버가 거식증 걸려 치료받고 있다는데 티비에서는 '바른말 고운말 쓰자'며 연습생이 간식 먹다 걸려서 살 안 빠진다고 혼나는 모습을 광고로 내보내고 있고…"라고 질타했다.
'@m********'는 "실제로는 여성 아이돌이 거식증에 걸려서 활동을 중단하고 치료를 하는 판에 저체중인 여성 연예인들 불러놓고 '잘 먹는 소녀들' 같은 프로그램 찍는 모순"이라고 적었다.
'@j*****'는 "서양권 같은 경우에는 연예인들 살 좀 빠진다 싶으면 거식증이냐고 의혹 제기하고 해명요구함. 마른 몸매 추구를 사회적 문제로 여긴다. 반대로 한국은 보통 체형 여자들을 '자기관리 안하는 사람들'로 비하하고 평가하면서 극마름-날씬 사이의 체형을 유지하길 요구 중"이라고 비판했다.
경희대 사회학과 여성주의 학술공동체 '여운'은 26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안타깝네요. 오마이걸 진이 씨만 거식증에 걸렸을까요? 걸그룹에 대한 몸매 품평들, 소속사 관계자들에 끊임없는 관리 요구,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before&after(비포 앤 에프터) 사진들. 우리도 거식증에 걸린 것 같습니다. 가장 약한 상품인 걸그룹 여성에게 요구하는 거식증"이라고 꼬집었다.
한림대학교 부속 강동성심병원 측은 같은 날 공식 블로그에 올린 '현대 사회가 만든 질환 거식증'이라는 글을 통해 "거식증은 살을 빼려는 행동, 체중감소, 살이 찌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 음식과 체중에 연관된 부적절한 집착을 보이는 질환으로 심리적인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라며 "거식증은 비단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취업 성형'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외모도 스펙으로 여기는 사회 풍조가 만든 사회적 질병이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