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맨홀 안에서 나온 변사자의 정체는 누구일까.
3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맨홀 안에서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된 변사자가 남긴 단서를 근거로 사건을 재구성해보고 피해자의 신원을 추적한다.
◇ 기숙사 괴담의 비밀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부산의 한 대학교 기숙사에는 학생들 사이를 떠도는 오래된 소문이 하나 있었다.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증언은 다음과 같다.
"선배들이 무서운 얘기해주겠다고 했어요. (학교 주차장) 맨홀에서 토막 시체가 발견 됐었다고 말했어요." (재학생 A)
"그때 경찰도 와서 학교가 난리 났었습니다. 썩는 냄새가 나서 맨홀 열었더니 시체 나왔다고 했어요." (졸업생 B)
학교 안 깊숙이, 가장 으슥한 기숙사 앞에 위치해 있는 문제의 맨홀이 있었다.
괴담의 실체를 찾아 헤맨 끝에 제작진은 소문의 내용이 사실이었음을 입증하는 제보자의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가 사건과 관련해 목격한 것은 지금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2006년 8월의 일이었다.
"청소때문에 (맨홀을) 열었는데 옥매트 가방안에 (시체가) 팔이 묶여서 그냥 꿇어 앉아있는 형상이었어요." (최초 목격자)
(사진=SBS 제공)
◇ 시간을 건너온 남자파란 옥매트 가방 안에서 발견된 남성의 시신 상태는 소문보다 더 참혹했다. 마트 이름이 적힌 하얀색 비닐봉지가 피해자의 머리에 씌워져 있었고 그 안에는 청테이프가
여러 개 덧붙여져 있었다.
당시 DNA조차 검출되지 않아 수사는 답보 상태를 보였지만,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그의 시신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시체 상태가, 일반적인 부패 상태가 아니고 기름처럼 녹아있는 (시랍화)…그런 느낌이었어요." (최초 목격자)
"부패가 될 경우에는 타살인지, 자살인지 그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낮죠. 그런데 이분은 특수한 환경(맨홀)에서 신체 전반에 걸친 시랍화 때문에 타살 혐의를 알 수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다행입니다." (법의학 전문가)
시신이 남긴 단서들을 토대로, 당시 경찰은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그런데 7년후 과학수사 기법의 발달로 당시 채취하지 못했던 변사자의 DNA가 검출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DNA가 일치하는 유족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3D 이미지 스캐닝'이라는 신기술로 변사자의 얼굴을 복원하는데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그렇게 남자는 시간을 건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SBS 제공)
◇ 10년 만에 찾은 얼굴'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지난 7월부터 부산경찰청 미제팀의 의뢰로 '3D 이미지 스캐닝' 기법을 활용, 피해자의 얼굴을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마침내 가톨릭 의대, 중앙대 의대 연구팀의 도움으로 10년 만에 시간을 건너온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의 핵심 키는 피해자의 신원이에요. 신원만 밝혀진다면 시간이 지났더라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사건으로 보여 집니다." (프로파일러)
"몽타주랑 닮았어요. 키도 165㎝ 정도 됩니다. 원한 살 사람이 못돼요. 착해요, 분명히 잘못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후로 한 번도 연락이 없었으니까요." (제보자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