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최강희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동국이 싸이도 아닌데 군대를 다시 가면 절대 안 됩니다."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 미디어데이 최고 스타는 역시 전북 최강희 감독이었다. 출사표를 던질 때는 한 없이 진지하다. 하지만 나머지 5팀 감독들을 말 그대로 "들었다 놨다"하는 언변을 자랑했다. 자칫 식상할 수 있었던 미디어데이의 꽃이었다.
12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상위 스플릿 미디어데이.
최강희 감독은 "승리를 자신하는 팀이 있냐"는 질문에 처음 마이크를 들었다. 마이크가 꺼져있는 상황에서 당황하던 최강희 감독은 이내 "죄송하다. 촌에서 살다보니 서울에 올라오면 급 당황한다"면서 폭소를 자아냈다.
'상위 스플릿 나머지 팀에서 데려오고 싶은 선수'에 대한 질문에서는 최강희 감독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최강희 감독이 꼽은 선수는 지난해까지 전북에서 활약했던 제주 이근호. 최강희 감독은 "지난해 임대로 와서 6개월 동안 좋은 활약을 해줬다. 분명 외국으로 나간다고 해 적극적으로 콜을 안 했는데 보니 제주에 가있더라.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이근호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황선홍 감독이 레오나르도를 탐내자 "빨리 주고 싶다. 데려가도 문제가 없다"고 답했고, 이어 울산 윤정환 감독 로페즈를 지목하다 "다 보내주겠다"고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다만 상주 조진호 감독의 이동국 러브콜은 거절했다.
조진호 감독이 "포항에서 룸메이트였다. 마지막 전북전에서도 동국이가 측면에 있을 때 '동국아'라고 외쳤다"고 호소했지만,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은 안 된다. 애도 다섯이고, 싸이도 아닌데 군대를 다시 가면 절대 안 된다. 그건 조진호 감독을 꿈으로만…"이라고 응수했다.
최강희 감독은 "감독 중 외모가 상위권"이라는 질문에도 유일하게, 또 당당하게 'O'를 들었다.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에게 외모 따지지말고 축구를 잘 하면 다 예뻐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O'를 들었다"고 말했다.
영플레이어상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최규백에 대해서는 농담 섞인 질책을 했다.
최강희 감독은 "전반기에 좋은 활약을 해준 최규백이 있다"면서 "리우 올림픽을 다녀오고 아직도 시차적응을 못했다. 부상도 있고, 고전하고 있다. 능력도 있고, 수비수로 좋은 활약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다만 상위 스플릿에서는 활약을 많이 못할 것 같다"고 웃으면서 혼(?)을 냈다.
12일 이란 원정에서 0-1로 진 대표팀 질문이 나오자 "대표팀 이야기는 안 했으면 했는데"라면서 아쉬운 점을 차분히 설명한 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생각이 났는데 우리도 설악산 대청봉에 스타디움을 지으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답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