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맥그레거 (사진 제공=넥센 히어로즈)
넥센 히어로즈가 13일 오후 서울 고척돔에서 막을 올리는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에이스 밴헤켄이 아닌 스캇 맥그레거를 낙점했다.
예상된 선택일 수도, 의외의 선택일 수도 있다.
먼저 의외의 선택으로 보이는 이유는 두 선수의 무게감 차이다. 후반기 넥센에 합류한 밴헤켄은 12경기에서 7승3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며 넥센 마운드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반면, 맥그레거는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지켰지만 올해 14경기에서 6승3패 평균자책점 5.20을 기록했다. 안정감 면에서 밴헤켄보다는 떨어진다.
염경엽 감독은 12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준플레이오프는 3선발 체제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밴헤켄이 나이가 좀 있어서 대우 차원에서 2차전으로 뺐다"며 "회복 기간이나 4, 5차전 그리고 이기게 된다면 플레이오프까지 생각해서 맥그레거를 1선발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3위를 확정지은 뒤 가을야구를 염두에 두고 선수단 운영을 했다. 시즌 막판 로테이션이 준플레이오프 선발진 구성의 힌트로 여길 수 있다. 맥그레거는 10월4일 마산 NC 다이노스전에 나왔고 밴헤켄은 10월7일 사직 롯데전에 등판했다.
그렇다면 왜 밴헤켄이 아닌 멕그레거가 준플레이오프 1선발일까.
3선발 체제에서는 1선발이 1차전과 4차전에 등판해야 한다. 3일 쉬고 4차전 마운드에 오른다. 부담스러운 자리다. 반면, 2선발은 2차전을 던지고 4일을 쉬고 5차전에 등판할 수 있다. 2차전과 3차전 사이, 4차전과 5차전 사이 이동일이 하루씩 있기 때문이다.
첫 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3선발 체제로 결정했다면 선발투수가 3일 휴식 후 등판해야하는 4차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밴헤켄은 넥센 마운드에서 가장 믿을만한 선수다. 만약 4선발 체제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1선발을 맡았을 것이다. 그러나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큰 변수 속에서 밴헤켄을 활용하기에는 넥센이 느끼는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밴헤켄은 올해 5회 이전 강판이 없다. 평균 6.0이닝을 소화했다. 다음 경기 선발투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면 1차전에서 불펜 물량 공세를 펼칠 수 있는 여력과 여유가 생긴다. 넥센 불펜투수들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기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4선발 트레버 바우어에게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맡겼다. 2,3선발이 전력에서 이탈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첫 경기에 승리조를 조기 투입한 것도 모자라 길게 이닝을 끌고가 결국 승리를 챙겼다. 2차전 선발은 사이영상 수상자 출신의 코리 클루버.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파격 기용이었다. 하루 더 쉴 수 있게 된 클루버는 7이닝을 버티며 2차전 승리까지 만들어냈다.
맥그레거가 승부를 대등하게 끌고갈 정도까지만 버텨줘도 불펜의 힘이 넘치는 넥센에게는 만족스러운 결과다. 반면, 맥그레거가 경기 초반부터 무너진다면 염경엽 감독의 구상에 차질이 생길 여지가 있다.
맥그레거는 시즌 최종전에서 7이닝 1실점 호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염경엽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1차선 선발투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오프도 염두에 뒀다.
시리즈가 언제 끝날 것인지 손가락 개수로 자신의 예상 혹은 바람을 밝히는 미디어데이의 전통 이벤트에서 염경엽 감독은 손가락 4개를 펼쳤다.
5차전까지 간다면 별 수 없다. 그러나 4차전 안에 승부를 끝낼 수 있다면 가장 확실한 선발 카드를 NC 다이노스가 기다리고 있는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꺼내들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플레이오프에서 3선발 체제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여지가 생긴다.
넥센이 1차전 선발로 맥그레거를 낙점하면서 첫 경기부터 '파이어볼러'의 대결이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LG는 헨리 소사를 첫 경기 선발로 정했다. 허프와 류제국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투입됐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소사는 올해 10승9패 평균자책점 5.16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