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자료사진)
김수남 검찰총장이 '최순실 관련 의혹 사건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지명했다.
그러나 '사실상 청와대 수사 지휘를 받는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중앙지검장의 특별수사본부장 자격에 대한 적절성 시비가 일고 있다.
특히 이영렬 지검장은 우병우 민정수석하에서 인사혜택을 받고 박근혜 정부에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대검찰청은 27일 오전 '최순실 관련 의혹 사건 특별수사본부' 출범과 함께 본부장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7·사법연수원 18기)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본부는 현 수사팀의 주축이었던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외에 특수 1부 등이 추가로 투입된다.
검찰 수사팀 확대는 배당이 이뤄지고 본격 수사가 착수된 뒤 벌써 3번째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아닌 형사 8부(한웅재 부장검사) 산하에 사건을 배당하면서 수사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미적거리는 수사에 대한 언론 지탄이 이어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그때마다 찔끔찔끔 검사를 보강하는 방식으로 시종일관 눈치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일단 '최순실 게이트'로 확대되면서 이대로는 수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 본부장은 독립해 수사를 진행하고, 검찰총장에게 수사결과 만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혀 수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법무부 등을 거쳐 청와대에 수사 상황이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는 데 따른 대책이다.
그러나 특별수사본부 구성만으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장 자체가 독립적일 수 없는 자리인 탓이다.
이영렬 지검장은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막판에 발탁되면서 청와대 고위급과 친분이 있다는 설이 나돌았다. '우병우의 검찰'이라는 오명과 대구경북(TK)인사들로 검찰 요직이 채워졌다는 세간의 지적이 잇따르자 이뤄진 임명이었다.
이 지검장은 당시 유력주자들로 거명되던 이들을 제치고 '검찰의 꽃'이라는 서울중앙지검장직을 꿰찼다.
현 정권에서 차기 검찰총장의 유력 후보로 거명되는 최고 요직에 지명된 셈이다.
언론계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아꼈던 것으로 알려진 김학의 전 차관을 만났는데, 세차례나 만날때마다 김학의 전 차관과 함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합석한 기억이 선명하다"고 말했다.
법조계 인사도 "박 대통령한테 인사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이영렬 본부장과 또 우병우 민정수석 라인이 가장 많이 포진해 있는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이 이번 수사를 주도하게 된 걸 보면 결과가 기대 이하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검에 근무하는 검사도 "박근혜 정부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할때마다 '승진'을 코앞에 두거나 승진 혜택을 받은 사람을 임명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 '우병우 처가 사건'은 대검 반부패부장 이후 고검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윤갑근 고검장이 맡고 있고, 고 성완종 사건은 문무일 당시 검사장이 처리한 뒤 곧바로 부산 고검장으로 승진·발탁됐다.
더욱이 우 수석과 친분이 있는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특별수사본부 공보를 맡기로 한 만큼 수사의 신뢰도도 의문이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도 정권의 '코드'에 맞게 청구하도록 지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르·K스포츠재단 수사를 형사부에 배당하고 고발장 접수 27일, 배당 21일 만에야 늑장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 역시 이 지검장의 지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