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에 키플레이어 있다' NC 김경문 감독이 25일 LG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한 뒤 팬들 환호에 답하는 모습.(자료사진=NC)
올해 프로야구 최강자를 가리는 마지막 승부가 펼쳐진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과 1군 합류 4년 만에 정상을 노리는 NC의 격돌이다.
두 팀은 29일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시작되는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KS)에서 맞붙는다. 7번 싸워 4번을 이기는 팀이 왕좌에 오른다.
객관적인 전력상으로는 두산이 앞선다. 두산은 NC에 9경기 차 정규리그 1위를 달성했다. 마운드와 타선, 수비까지 지난해 KS 챔피언 두산이 우위에 있다.
팀 타율(2할9푼8리), 홈런(183개), 팀 평균자책점(4.45) 모두 1위였던 두산은 NC의 팀 타율(2할9푼1리), 홈런(169개), 평균자책점(4.48)보다 낫다. 상대 전적도 9승7패로 앞섰다. 여기에 NC는 12승 투수 이재학이 승부 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아 KS에 나오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NC가 두산을 이기려면 이른바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 가을 단기전에서 깜짝 활약을 펼치는 선수는 단숨에 '우주의 기운'을 불러와 선수단 전체 사기를 끌어올린다. '걸사마'로 명성을 떨친 김재걸 삼성 코치, '러키 보이' 신국환(전 LG) 등이 이에 속한다.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줘도 이긴다. 2002년과 2012년 KS의 이승엽(삼성)이 대표적이다.
NC 역시 살짝 뒤지는 전력이지만 기대를 거는 선수가 있다. 이 선수가 잘 해준다면 창단 첫 KS 우승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경기도 고양 구장에서 KS 대비 훈련에서 김경문 NC 감독은 "KS 키플레이어를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1명의 선수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은 모든 선수가 잘해야 이기기 때문에 꼭 1명을 밝히진 않겠다"고 휘갑을 쳤다.
NC 나성범(왼쪽부터), 장현식, 김태군.(자료사진=NC)
그 선수는 과연 누굴까. 김 감독은 한참을 취재진과 얘기를 나누면서 여러 선수를 입에 올렸다. 다들 KS에서 맹활약을 펼쳐야 하고, 또 그렇게 할 만한 인재들이다.
일단 마운드에서는 NC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3, 4선발이 잘 해줘야 한다. 에이스 에릭 해커와 2선발 재크 스튜어트는 LG와 플레이오프(PO)처럼 6, 7이닝 이상 제몫을 해줄 전망이다.
그러나 장현식, 최금강, 구창모, 배재환 등이 후보인 3, 4선발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3~5차전이 열리는 마산에서는 잠실과 달리 부담을 덜고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타선에서도 기대를 거는 선수들이 있다. 김 감독은 "타자들이 그래도 상대 강한 선발들을 공략해줘야 승산이 있다"면서 "타자들이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심 타자들이다. PO MVP 박석민은 결승포 2방을 때려냈고, 에릭 테임즈도 PO 4차전 동점 홈런을 날렸다. 베테랑 이호준도 1차전에서 대타로 나와 천금의 동점타를 때려냈다.
남은 것은 나성범이다. LG와 PO에서 나성범은 홈런, 타점 없이 타율 1할6푼7리(18타수 3안타)로 부진했다. 정규리그 타율 3할9리 22홈런 113타점의 성적이 무색했다. 가을야구를 앞두고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지만 아직 결실을 맺지 못했다. 김 감독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성범이 터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은 자명하다.
포수 김태군과 깜짝 카드 모창민도 김 감독이 믿는 구석이다. 김 감독은 "김태군이 PO에서 잘 해줬다"면서 "그러나 포수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이어 "모창민도 컨디션이 좋은데 PO에서 나갈 기회가 없었다"면서 "KS는 7차전까지인 만큼 어떻게든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김 감독이 기대를 걸고 있는 단 1명의 선수가 누구일까. 본인의 말대로 선수단 전체에 대한 무언의 메시지일 수 있지만 마음 속의 카드는 분명히 있을 테다. 시리즈가 끝나고 NC의 우승이 확정되면 김 감독이 기꺼이 비로소 밝힐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