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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코트에 들어선' 이미선, 정든 코트와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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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발로 코트에 들어선' 이미선, 정든 코트와 작별

    이미선. (사진=WKBL 제공)

     

    은퇴식이 시작되자 이미선(37)은 구두를 벗고 맨발로 코트에 들어섰다.

    이미선은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화장도 하고 힐도 신었는데 코트 위에서는 운동화를 신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배 강계리가 들고 온 농구화를 신고 은퇴식을 진행했다.

    원피스에 농구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정든 코트와 작별하는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농구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

    29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여자프로농구 공식 개막전에 앞서 진행된 이미선의 은퇴식.

    삼성생명에서만 19년을 뛴 이미선에게 용인실내체육관은 집 같은 장소다. 특히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은퇴했지만, 아직 '은퇴'라는 단어가 낯설었다. 이미선은 "사실 은퇴는 했지만, 너무 오래 있었던 곳이라 체육관을 자주 갔다. 너무 편했다. 염치불구하고 자주 갔다"고 웃었다.

    하지만 이내 눈물을 흘렸다. 19년 활약상을 담은 영상이 흘렀고, 어머니와 시어머니가 코트로 올라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어머니가 "고생 많았다. 학교 다닐 때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말하자 이미선도 눈물을 훔쳤다.

    이어 이미선에게 '502(출전 경기)'를 비롯해 기록이 담긴 트로피가 전달됐다. 이미선이 실제 사용했던 공인구로 만들어진 트로피였다. 또 등번호 5번이 새겨진 유니폼 액자도 받았다. 홈 개막전 상대인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도 꽃다발을 안겼다.

    영구 결번식도 진행됐다. 이미선의 등번호 5번이 새겨진 천이 올라가 11번 박정은 옆에 걸렸다. 삼성생명의 두 번째 영구 결번이었다.

    이미선은 "그동안 제 농구를 많이 사랑해주고 응원해줘서 감사드린다"면서 "보답할 수 있는 길은 더 많이 준비해서, 또 빨리 코트로 돌아와서 여자농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식 후 마지막 눈물은 남편 품에서 흘렸다.

    이미선. (사진=WKBL 제공)

     

    이미선은 명실상부 여자농구 최고 가드였다.

    프로통산 502경기에 출전해 5407점(평균 10.8점) 2543리바운드(평균 5.1개) 2264어시스트(평균 4.5개) 1107스틸(평균 2.2개)을 기록했다. 통산 어시스트는 2위(1위 김지윤 2733개), 스틸은 1위다.

    무엇보다 삼성생명 한 팀에서만 뛰었다. 이미선에 앞서 신정자(583경기), 변연하(543경기), 김계령(501경기)이 500경기 출전을 넘어섰지만, 한 팀에서 500경기에 출전한 것은 이미선이 유일하다. 정확히 1만6855분18초 동안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볐다. 삼성생명에 정규리그 우승 6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4회를 선물했다.

    국가대표로서도 최고였다. 15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땄다. 올림픽도 3번이나 출전했다.

    물론 양쪽 무릎 모두 수술하는 등 힘든 시기도 있었다. 그 때마다 남편인 최진영 당시 삼성생명 사무국장이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이미선도 "남편이 '너는 코트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멋있다'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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