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모금, 인사개입 의혹'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이 2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5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해 "(내가) 대통령을 잘못 보필한 데 대해 책임지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은 심문 직후 취재진과 만나 "안 전 수석이 판사님의 질문에 담담하게 잘 얘기했고, 반성하고 있다. 책임지겠다는 얘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안 전 수석은) 정말 우직한 사람이고, 바보같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안 전 수석은 약 1시간 40분에 걸친 심문을 마치고 서울 남부구치소로 이동하지 않고 현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머물고 있다.
이날 밤 늦게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구치소로 이동하고, 기각되면 석방된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직하면서 비선실세 최순실(60·최서원 개명)씨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이 800억원 상당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강제 모금하는 과정에 개입한(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과 SK, 포스코, 부영 등에 추가 출연을 요구하는 과정에도 깊이 관여하고 최씨 소유의 더블루케이의 각종 이권 사업을 지원한 혐의도 있다.
안 전 수석은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기업 A사에게 'B사에게 지분의 80%를 넘겨라'고 협박한 과정에 개입한(강요미수)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차 전 단장과 그의 측근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광고주들을 세무조사 할 수 있다'며 A사를 협박하는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더블루케이가 1천억원대 평창올림픽 시설 공사 수주를 노리고 스위스 누슬리사와 업무협약을 맺는 자리에 동석한 정황,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더블루케이를 대행사로 해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황 등도 포착됐다.
당초 검찰은 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혐의로 안 전 수석을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긴급체포했다. 이어 4일 강요미수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최순실씨에 이어 안 전 수석까지 신병을 확보하면, 수사의 핵심 축인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