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중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인류 최초의 여성 판도라가 남편 에피메테우스의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 온갖 나쁜 것들이 빠져 나갔고 결국 상자 바닥에는 희망만이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흔히 우리는 금단의 무언가를 알게 될 때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라고 표현한다. 지진과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는 그런 의미에서 한번쯤 '열어봐야 할 상자'다.
4년 전에 쓴 시나리오임에도 '판도라'는 지금의 어지러운 시국과 잘 맞닿아 있다. 경주 지진으로 촉발된 전국민적인 불안감과 대처할 능력이 없는 무책임한 정부 등은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닌 셈이다.
메가폰을 잡은 박정우 감독은 9일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요즘 어떤 사건으로 모든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이 시기에 우리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현실과 '판도라' 이야기가 너무 똑같아 저도 깜짝 놀랐다. 그게 반갑지는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대통령을 그려내는 작업이었다.
그는 "대통령을 표현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면 영화에 등장시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 창작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멋있게 그리면 비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리면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영화를 두고 한 차례 외압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촬영을 마쳤음에도 개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지진과 원전 사고라는 소재의 민감성이 발목을 잡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