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블러매틱 그룹의 노니 데 라 페냐(Nonny De la Peña) 대표
"언론산업이 붕괴되고 있지만 '디지털 리얼리티 저널리즘'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VR)계의 선구자로 '몰입 저널리즘(Immersive Journalism)' 분야의 대모(大母)로도 불리는 VR 다큐멘터리 제작사 엠블러매틱 그룹 대표인 노니 데 라 페냐(Nonny De la Peña)는 뉴욕타임즈와 뉴스위크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한 언론인 출신이다.
로스앤젤레스 동부지역의 푸드뱅크(food bank)가 재정난으로 음식 공급 지연되자 저소득층 사람들이 굶거나 죽는 사태가 속출한 사건을 컴퓨터 그래픽 VR로 재현한 '로스앤젤레스에서의 굶주림(Hunger in Los Angeles)'은 2012년 선댄스 영화제 뉴프론티어에 출품돼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리며 혁신적인 미디어로 큰 관심을 끌었다.
'로스앤젤레스의…'는 미국 내 빈곤층의 참상을 시청자에게 직접 체험하게 하는 형식의 미니 VR 다큐멘터리다. 시청자가 VR 기어를 쓰면 눈 앞에 급식 배급소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보인다. 갑자기 앞에 서 있던 한 남자가 당뇨성 저혈당증으로 쓰러지고 그의 몸은 경련으로 뒤틀리기 시작한다. 혼란에 빠진 이들은 남자를 둘러싸고 그 틈을 타 일부는 새치기를 시도한다. 보안요원들은 질서를 잡으려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이 사실을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로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뉴스거리'로 치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일어난 뉴스 현장을 재구성해 VR로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공감대가 일어났고, 이 사건에 대해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한 몰입감을 가져왔다.
저널리즘에서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것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몰입 저널리즘(Immersive Journalism)은 199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뉴스를 사실감있게 전달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 기술이다. 특히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대형 페이퍼 언론사들은 빠르게 이탈하는 독자를 잡기 위해 디지털과 저널리즘을 결합해 뉴스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콘텐츠들을 만들어왔다. 문제는 많은 제작비와 대중화의 한계가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또는 이를 결합한 융합현실(MR)이 주목을 받고 있다.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넥스트 콘텐츠 콘퍼런스'에 기조연사로 참석한 노니 데 라 페냐 대표는 저널리즘의 미래에 디지털이 있고, VR이 생생한 뉴스 현장을 전달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몰입 저널리즘에 가상현실이 결합되면서 현실적인 뉴스 콘텐츠가 맞냐는 비판이 있다. 그리고 현실과 가상이 구분이 안되는 상황으로까지 기술이 발전하면 뉴스 왜곡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몰일형 저널리즘의 장점은 일례로 자전거가 차에 치었다거나 하는 사소한 에피소드는 사진이나 문자 보도로는 그 의미를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제 현장을 생생하게 재구성해 보여주어 독자들의 몰입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이슈를 더 객관적으로 느끼게 된다. 특히 어린 세대일수록 TV나 신문 뉴스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디지털 VR이 생생한 뉴스 현장을 제공함으로써 많은 정보를 얻게되고 더 성숙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사실 뉴스의 객관성에 대한 부분은 요즘 저널리즘에서는 잘 활용하지 않는 요소다. 어느 리포터든 주관성을 갖기 마련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널리즘은 '투명성 강조'에 주목하고 있다. 얼마나 정확한 뉴스를 전달하느냐의 투명성이다. 다큐나 뉴스를 통해 어떤 사실을 얼마나 투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진이나 비디오도 인위적인 편집이 가해진다. 디지털 장치는 그런 편리성이 깔려 있다. 다만, VR을 통해 물리적 공간을 제공하면서 1차원적, 2차원적인 것보다 얼마나 사실적으로 투명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할 것이냐의 문제를 봐야 한다.
▶VR 저널리즘은 대중성과 편리한 접근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VR은 물리적 장치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는 대중의 뉴스 접근성에 대한 권리가 제약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 하면, 몰입 저널리즘을 처음 시도했을때, VR 헤드셋을 직접 만들어야 할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시험을 했다. 2009년 미국 USC대학(남가주대학교)에서 저널리즘 학과, 엔지니어 학과, 비즈니스 학과의 학생들과 함께 저널리즘 콘텐츠 앱을 만들면서 스마트폰용으로 만들지 말자는 제한을 뒀다. 아프리카나 더 열악한 환경의 사람들이 디지털 콘텐츠에 접근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야한다는 것은 저널리즘에 어울리지 않았다. 넌센스다.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본다. 저널리즘에 VR을 활용함으로써 현장감 있는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하드웨어의 문제는 충분히 그에 맞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에는 VR과 AR 각자의 구역이 합쳐지는 MR(Merged Reality:융합현실) 형태로 갈 것이다. 여기서 MR은 각자의 장점을 결합한 혼합현실(Mixture Reality)와는 분명하게 구분된다. 소셜미디어, 게임,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앞으로 융합 디지털 미디어로 발전하면서 '디지털 가상(Digital Virtuality)'이 아닌 '디지털 현실(Digital Reality)' 시대가 올 것이다. 이로인해 VR 다큐 등의 제작과 보급 비용은 더 낮아질 것이고, 하나의 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처럼 포토샵을 사용하는 것처럼 개인이 자유자재로 제작하고 활용하게 되면서 디지털 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본다. 더불어 홀로그램과 같은 기술을 통해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아도 같이 있는 것처럼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시대로 발전할 것이다.
▶VR 콘텐츠를 이용하면 사용자가 움직임 등으로 가상현실 참여가 가능한데, 디지털 저널리즘, VR 저널리즘에서는 일반적인 제작방식과 차이가 있나= 360도 비디오는 VR이 아닌 그냥 360도 비디오일뿐이다. VR은 공간에서 그것을 인터렉트(Interact) 시키는 것이다. 뉴스 전달을 할때 글이나 그림을 통해서가 아니라 주변 공간을 통해 대화를 전달하는 개념이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각 공간마다 개념의 차이가 발생한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뉴스를 접근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 저마다 반응도 다르다. 이러한 간극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VR 저널리즘은 현실과 가상이 구분되지 않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했는데, 독자가 실제와 같은 가상의 사건 현장에 들어가 사건 공간의 참여자로서의 역할로 증폭될 수도 있지 않나.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처럼 되지 않겠나
VR 저널리즘은 가상 환경을 통해 뉴스나 다큐를 실화처럼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광고 산업이나 만화산업 등 엔터테인먼트로 확장이 되어야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문에는 사실 신문기사만이 아니라 크로스워드 퍼즐이나 광고도 들어간다. 큰 꿈이지만, 사실적인 뉴스 뿐 아니라 재미적인 요소로 게임이나 광고도 융합 테크놀로지 저널리즘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엠블러매틱은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플랫폼을 가져가고, 무엇에 중점을 두는가= 현재의 스탠다드는 웹페이지 브라우저라든지 뉴스페이퍼 사이트 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몰입 저널리즘은 볼류메트릭스(Volumetrics)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가 즉시 보고 느끼고 선택이 가능한 볼류메트릭 저널리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려고 한다. 뉴스산업은 붕괴되고 있지만 이러한 몰입 저널리즘 융합기술 저널리즘을 통해 뉴스 정보는 여전히 인간에게 필요한 수단이 된다고 본다.
나는 그것을 여전히 믿고 실제적이고 강렬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가치로 보고 있다. 언론에 몸담았던 경험을 토대로 저널리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고, 그것이 가장큰 동기부여가 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투자 확보도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