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는 누구보다 힘들게 한국 땅을 밟았다. 지난해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지만 6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알레나의 특이한 이력도 걸림돌이었다. 빼어난 미모로 모델 활동과 지난 2012년 미국 오레곤주를 대표해 미스 USA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경기력에 영향을 줄 문제는 아니었지만 트라이아웃 당시 '미인대회와 모델 출신이라면 외모 가꾸기에 관심을 쏟느라 배구에 집중 못 할 것'이라는 편견도 적잖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그에게서 V-리그는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정말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트라이아웃 전체 1위로 KGC인삼공사에 선택을 받은 사만다 미들본이 개인 사정으로 팀 합류가 무산되면서 알레나가 대체 선수로 합류하게 됐다. KGC인삼공사의 1순위 지명권이 단숨에 7순위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알레나의 한국 생활은 순조롭지 않았다. 뒤늦게 팀에 합류하느라 동료들과 손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또 새로운 환경 탓에 지난 9월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컵 당시 배탈로 고생하기도 했다. 서남원 감독 역시 "알레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확실한 믿음을 보내지 않았다.
그저그런 선수로 보였던 알레나.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KOVO컵 초반 컨디션 난조로 코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점차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뽐내며 팀을 준우승까지 견인했다. 지난 2년간 최하위에 맴돌던 KGC인삼공사가 돌풍의 팀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알레나 열풍은 V-리그까지 이어졌다.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그는 늘 자기 몫을 했다. 이런 알레나의 기운을 받아 KGC인삼공사 역시 뒤늦게 도약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대체선수로 KGC인삼공사에 합류한 알레나 버그스마는 이제 V-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손꼽힌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개막 후 3연패 늪에 빠지며 승점 '0'으로 10월을 마친 KGC인삼공사는 한국도로공사를 3-0으로 완파하고 11월을 산뜻하게 시작했다. 이후 GS칼텍스와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하긴 했지만 안방에서 열린 재대결에서 3-2로 설욕에 성공했다. 그리고 17일 현대건설을 3-1로 잡아내며 시즌 첫 연승을 일궈냈다. 이 모든 과정에 알레나는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특히 알레나는 현대건설과 경기에서는 홀로 37득점을 쓸어담으며 KGC인삼공사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알레나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KGC인삼공사는 더이상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대체선수로 뽑힌 알레나지만 그의 공격 능력은 자신보다 앞서 선택받은 나머지 5개 구단 외국인 선수를 능가한다. 7경기에서 총 241득점을 올린 알레나는 알렉사 그레이(199점·GS칼텍스), 타비 러브(197점·흥국생명)을 따돌리고 득점 1위에 올라있다. 공격 종합(43.33%) 역시 1위다. 수비 역시 인상적이다. 국가대표 센터 양효진이 세트당 1개의 블로킹으로 이 부문 1위에 오른 가운데 알레나가 0.926개로 2위에 자리했다.
알레나에 휘둘리며 패배의 쓴맛을 본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도 "진짜 대박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코트에서 그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대체선수' 딱지를 떼고 '대체 불가' 선수로 거듭난 알레나. 악재가 호재로 변한 KGC인삼공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