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려진 시간'의 배우 강동원. (사진=쇼박스 제공)
강동원은 조금 독특한 배우다. 누구보다 주목받지만 쉽게 주목받는 자리를 찾지 않는다. 강동원과 비슷한 인지도의 주연급 배우들은 주로 유명 감독들과 작업하지만 강동원은 오히려 신인 감독들과의 작업에 더 열심이다.
그래서 영화 '가려진 시간'과는 반대로 강동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데뷔 17년 차 배우이지만 이상하게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갓 영화계에 입성한 신인처럼 새롭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는 신인 감독들의 기발한 입봉작에 참여하면서 주류 흥행작들의 캐릭터들이 가진 장르적 한계를 넘어섰다. 상업과 비상업의 경계에 있는 이들 영화는 캐릭터까지도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함이 가득하다.
어떻게 보면 강동원은 관객들이 질리지 않게 하는 법을 아는 참 똑똑한 배우다. 그는 이번 '가려진 시간'에서 어느 날 갑작스럽게 소년에서 어른이 된 성민 역을 맡았다. 다음은 강동원과의 일문일답.
▶ 참 작품을 꾸준히, 열심히 하는 배우 중의 하나다.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열심히? 열심히는 누구나 하는 거니까 잘해야지. (웃음) 다행인 게 스트레스를 거의 안 받는다. 작품할 때는 뭔가 조립하듯이 재밌게 한다. 가구를 만드는 것처럼, 요리를 하는 것처럼. 사실 별로 쉬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연기를 하면서 사람에게 배우는 게 제일 크더라.
▶ '가려진 시간'을 어떻게 만나게 됐나? 엄태화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가 궁금하다.- 다른 작품을 촬영하다가 시나리오를 받았다. 일단 감독님한테 서울에 가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일주일이 지나도 답을 안 했더니 무서워하셨던 생각이 난다.
▶ 보면 특별하게 어떤 작품을 고집하지는 않는 것 같다. 최근에는 신인 감독들의 영화를 많이 하는데 본인의 특별한 기준이 있다면?- 싫어하는 기준은 있다. 돈 가지고 너무 그러면 기분이 별로다. 충분히 돈을 벌고 있고, 굳이 필요 없는데 '왜 그러시죠?'라고 묻게 된다. 일이 중요하지 돈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영화 '가려진 시간'의 배우 강동원. (사진=쇼박스 제공)
▶ 그래도 어쨌든 영화는 막대한 투자액이 들어가는 콘텐츠다. 배우조차 흥행 여부에 대한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다.- 아주 크게 잘되지는 않아도 지금까지 타율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실패해서 손해본 건 없다. 저 역시도 투자 수익률은 최대한 높여 드리려고 노력한다. 투자자들에게는 그러고 싶다. 사실 그래야 다음에 영화를 또 만들 수 있는 힘이 되고, 현실적으로는 그게 참 중요하다.
▶ 일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텐데 해소법이 궁금하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는데 요즘에는 거의 그런 게 없다. 화내는 시간이 아깝다고나 할까? 과거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미리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게 만든다. 디테일하게 계약서를 쓴다. 그래도 안 지킨다. 개인 대 회사랑 싸울 때가 많아서 어디에서 말만 나와도 내가 불리하니까 악용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 단순히 연기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꼈다기 보다는 일하는 과정에서 마음 고생이 많았나보다.- 그런 사람들은 손바닥 뒤집듯이 거짓말을 한다. 그렇게 되면 점점 사람도 못 믿게 되고 믿을 건 서류밖에 없게 된다. 모든 걸 문서화하는 거다. 어렸을 때는 쌓아 놨다가 연기하면 막 풀었는데 이제는 앞으로 해나갈 일들을 생각하면 그럴 시간도 아깝다. 요즘은 옷 갈아 입는 시간도 아끼려고 한다.
▶ 모델 출신 배우라 굉장히 옷에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그런데 연기나 영화,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할 시간에 옷을 뭐 입을지 고민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시간에 다른 걸 고민하고 싶고,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영화 '가려진 시간'의 배우 강동원. (사진=쇼박스 제공)
▶ 어떤 방식으로 옷 입는 시간을 아끼는지 궁금하다.- 올 시즌은 이걸로 가겠다고 몇 벌 정해놓기도 하고, 편하게 입을 수 있지만 아침에 입고 나가서 저녁에 레스토랑까지 갈 수 있는 옷을 선호한다. 저번에는 한 달 촬영하는데 옷을 세 벌인가 가져갔다. 검정색 티셔츠, 흰색 티셔츠, 반바지, 회색 바지, 검정 바지, 슬리퍼, 운동화, 진짜 어디 갈까봐 혹시 몰라서 셔츠. 캐리어 나머지에는 먹을 것만 가득 채웠다. 언젠가는 옷을 안 갈아입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 해외 진출도 좀 생각하고 있나? 특히 요즘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많은데.- 당장은 영화를 너무 많이 찍고 있긴 한데 어쨌든 해외 진출도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언제 기회가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중국어까지는 시간이 안되고 영어와 일본어는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일본어는 접근이 쉬운데 중국어는 아무래도 문화가 많이 달라서 그런지 거대한 벽이 느껴진다. 우리와 굉장히 다른 문화권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적응해야 할텐데 무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