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IOC 선수위원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유승민은 흠이 있어서 선수위원이 될지 모르겠어."
대한민국을 뒤흔든 국정 농단 사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이자 '스포츠 대통령'으로 군림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발언이다. 이 내용은 '마린보이' 박태환의 2016 리우 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하는 녹취록에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김 전 차관의 발언을 접한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재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그 중심에 내 이름도 거론돼 당황스럽고 썩 유쾌한 기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더욱이 김 전 차관의 발언은 서로 일면식도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유 위원의 심기를 더 건드는 셈이 됐다. 유 위원은 "지난 5월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 그때는 김 전 차관과 일면식이 아예 없었던 시기다. 그 이후에 토론회에서 한번 인사하고 리우 올림픽에서 마주쳤다. 크게 친분은 없다"면서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는 것에 불쾌하고 불편한 느낌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IOC 선수위원 출마 당시 체육계나 문체부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외로운 싸움을 벌인 터라 김 전 차관의 발언은 유 위원에 더 뼈아팠다. 그는 "1년여간 외롭게 준비했다. 응원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중간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김 전 차관에)밉보일 행동을 한 적도, 그럴 기회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 차관이 유 위원을 언급한 것이 조양호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영향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탁구협회장을 지낸 조 전 위원장은 탁구 선수 출신인 유 위원과 친분이 두텁다. 선수위원 선거 준비 과정에서도 적잖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위원장이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김 전 차관의 눈 밖에 나 위원장직에서 물러났고 평소 친분이 있던 유 위원까지 타켓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유 위원은 "조 전 위원장은 내 꿈을 위해 응원과 격려를 해준 것밖에 없는데 그런 걸 연결지어 저한테까지 이렇게 했다는 것은 솔직히 조금 믿을 수가 없는 얘기다"라면서도 "이게 사실이라면 진짜 무섭다. 진짜 뭘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병들어버린 한국 체육계. 이 문제는 IOC 역시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이다. 유 위원은 "얼마 전 회의를 다녀왔는데 많은 위원이 '지금 어떻게 돼 가고 있냐?'고 물었다"며 "큰 사안이다 보니 안팎으로 많이 혼란스러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장 1년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 올림픽이 가장 큰 문제다. 성공 개최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 위원은 "진짜 성공적으로 개최 못 하면 더 큰 망신을 받을 수 있다"며 "(최순실 게이트 관련)질문을 받으면 한국인으로서 좀 곤란한 상황들이 많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