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 일시 교체 선수로 왔다가 SK 일시 교체 선수로 자리를 옮긴 마리오 리틀. (사진=KBL 제공)
"없어서 데려왔어요."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LG 김진 감독도 한 목소리였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마커스 블레이클리, 마리오 리틀을 데려왔을 때 이야기다. 말 그대로다. 네이트 밀러, 마이클 이페브라의 일시 교체 선수를 찾아봤지만, 데려올 선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둘은 합격점을 받았다.
오히려 부상 중인 밀러, 이페브라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왔다. 블레이클리는 8경기에서 평균 15.8점 9.5리바운드 5.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양동근, 이종현이 없는 모비스도 4승4패로 분위기를 탔다. 리틀은 4경기에서 평균 16.3점 4.3리바운드 4.5어시스트를 찍었다. LG는 1승3패에 그쳤지만, 리틀은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모비스는 블레이클리와 교체 기간을 연장했고, 리틀은 SK로 향했다. LG도 리틀을 잡으려고 했지만, 미리 교체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탓에 우선권이 SK에 있었다. KT 역시 블레이클리와 리틀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이처럼 교체를 원하는 팀은 많은데 선수는 없다. 덕분에 교체 선수들을 두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KBL은 트라이아웃을 통해 외국인 선수를 선발한다. 교체는 단신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트라이아웃 참가자까지만 가능하다. LG-SK로 불려다닌 리틀도 지난해 트라이아웃 참가자였다.
문제는 자원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대다수 선수들은 드래프트에 선발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새 직장을 찾는다. 교체 카드로 괜찮다 싶은 선수들은 대부분 소속팀을 구한 상태다. 데려오려면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결국 남아있는 선수들 가운데서 선택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 교체를 알아보고 있는 KT 조동현 감독도 "당장 새 얼굴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KBL에서 잔뼈가 굵은 아이라 클라크. 하지만 KT의 일시 교체 제안을 거절했다. (사진=KBL 제공)
무엇보다 많은 선수들이 일시 교체로 오는 것을 꺼린다. 리틀 역시 SK로 가는 과정에서 에이전트를 통해 유럽 진출을 알아봤다. 대체 선수로 옮겨다니는 것이 경력에 딱히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계약이 늦어진 이유다.
KT 역시 KBL에서 잔뼈가 굵은 아이라 클라크에게도 연락을 했다. 하지만 클라크 역시 일시 교체 선수로 오는 것을 거절했다. 결국 KT는 허버트 힐을 일시 교체 선수로 데려왔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를 잠시라도 바꾼 팀은 5개다.
공교롭게도 순위표 밑에 자리한 팀들이다. SK가 6위, 모비스와 LG가 공동 7위, KCC가 9위, KT가 10위다. 상위 5개팀은 외국인 선수 교체 없이 순항하고 있다. 오리온, 삼성, 동부는 1~2명과 재계약도 했다.
순위표가 보여주는 것처럼 외국인 선수 비중은 절대적이다. 성적을 위해서는 아니다 싶으면 빨리 바꾸는 것이 맞다.
그런데 교체가 쉽지 않다. 가뜩이나 좁은 자원 중에서 직장이 없는 선수를 찾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를 수는 없다. 데려온다고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한 감독은 "일단 드래프트에서 뽑히지 않은 선수들이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도 트라이아웃 제도가 아닌 자유계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