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김성태, 정병국 의원 등이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주류 중심의 비상시국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단축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은 내년 4월 대통령 퇴진을 목표로 여야협상을 요구한 반면 야3당은 이를 일축함으로써 탄핵정국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탄핵 의결정족수에서 사실상 결정권을 쥔 새누리당 비주류 비상시국회의는 30일 박 대통령의 사퇴 시한을 4월말로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여야 협상을 촉구했다.
비상시국위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어쨌든 박 대통령의 입장과 기준에 따라 여야가 협상에 최선을 다하길 바라고, 협상의 결과물을 내놓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이날 대통령 임기단축을 위한 여야협상을 요구했고, 특히 개헌을 통한 조기 사퇴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국가원로들이 대통령의 내년 4월 사퇴, 6월 대선이라는 일정을 제시한 바 있다”면서 “원로들의 이번 제안이 대통령 사임 시기에 대한 논의에서 충분한 준거가 될 수 있다”고 협상의 골격까지 제시했다.
야3당 대표들(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시점 논의 등을 위해 회동을 갖고 있다. 윤창원기자
하지만 야3당 대표들은 이날 오전 회담을 갖고 탄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방법은 헌법에 따른 탄핵소추 뿐이고 이미 국회는 탄핵소추에 돌입했다”면서 “박 대통령의 제안은 국회에 위헌적, 위법적 상황을 조성하려는 정략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3당은 탄핵 표결 시기와 관련해 가능한 다음달 2일 추진을 목표로 하되 늦어도 정기국회(9일) 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특히 임기단축 협상에는 응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새누리당 비주류가 ‘탄핵 전선’에서 이탈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
물론 비상시국위의 공식 입장은 여야 협상이 원만치 않을 경우 다음달 9일 탄핵에 가세하겠다는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미세한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비박계 권성동 의원은 박 대통령이 사퇴 시한을 명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자진 사퇴하겠다는 데 굳이 힘 뺄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야당이 지금 당장 탄핵하자는 것에도 나는 반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내 비주류가 요구하는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양보하는 대신 탄핵 불참을 이끌어내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RELNEWS:right}
다만 야3당의 공식 입장과 달리 원내 지도부 차원에선 여당과의 임기단축 협상을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야당은 이와 함께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후 수단은 탄핵 밖에 없음을 거듭 확인하는 한편 사실상의 결정권은 여당 비주류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만일의 경우 탄핵 불발시 불어닥칠 가공할 민심의 역풍을 경고하며 ‘탄핵연대’에 묶어놓으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