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웃고 울었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마음의 짐을 던 그는 더 빛날 미래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뗐다.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아이유 콘서트 ‘스물네 걸음 : 하나둘 셋 넷’이 열렸다.
1부 무대는 화려했다. 아이유는 섹시와 발랄을 오가는 매력으로 초겨울 추위를 뚫고 공연장을 찾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물셋’ ‘레드 퀸’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로 물오른 여성미를 발산했고, ‘새 신발’ ‘하루 끝’ ‘너랑 나’로 밝고 친근한 무대를 꾸며 ‘팔색조’ 면모를 과시했다.
이어진 2부 분위기는 또 달랐다. 아이유는 ‘섬데이’를 부른 뒤 꿈꾸는 시간을 좋아했던 한 소녀의 이야기를 꺼냈다.
“10년 전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땐 낯가림이 심한 중학생이었어요. 가진 게 없었고, 노래 잘하고 예쁜 분들 사이에서 기가 죽어 있었죠. 가난하기도 했고요. 다가가기 힘든 불편한 막내였죠.”
마냥 차갑고 어두운 자신이 싫고, 자면서도 깨어있을 때도 혼자서 꿈꾸길 좋아했다는 소녀. 그 소녀는 바로 아이유 자신이었다. “콘서트에서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아이유는 열여섯 소녀 이지은이 가수 아이유로 데뷔하기까지의 과정과 이후 겪은 추억담을 들려줬다.
그런 그가 이야기 사이사이 부르는 노래는 가슴에 더 깊게 박혔고, 울림이 강했다. 아이유는 연습생 시절과 데뷔 초를 ‘어 드리머’ ‘싫은 날’ ‘미아’, 왕성하게 활동하며 입지를 다진 2014년을 ‘너의 의미’ ‘애타는 마음’ ‘소격동’ 무대와 함께 돌아봤다.
아이유는 ‘4AM’을 부르며 한때 우울증을 겪었다는 고백도 했다.
“곡을 발표할 때마다 성적이 좋았고 상도 많이 받았지만, ‘내가 이런 칭찬을 받아도 되나’ 싶어 이상하게 기분이 우울했어요. 스스로를 폄하하기 시작했고, 활동하기 힘들어서 숨어 지냈죠. 아마 그때 아이유가 달라졌다고 느끼신 팬들도 있을거예요.”
다행히 지난해 10월 발표한 앨범 ‘챗 셔’를 직접 프로듀싱하며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는 아이유는 ‘안경’과 ‘제제’를 부른 뒤 남다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챗셔’는 저에게 단연코 아픈 손가락이에요. 정말 좋아하는 앨범이기 때문이죠. 꼼꼼히 들어주신 분들에겐 정말 감사해요. 저란 사람을 꼼꼼히 봐주신 거니까요.”
긴 시간 속내를 털어놓은 아이유는 “데뷔 이후 요즘 내 모습이 가장 좋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9년 만에 사랑을 토해내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오래오래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자신의 희망가라는 ‘무릎’을 부르며 2부를 마무리 했다.
3부에선 다시 밝아진 아이유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유는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깜짝하고 발랄한 안무와 함께 ‘BOO’와 ‘마쉬멜로우’를 불렀다. 지난 콘서트에 이어 만화 주제곡을 메들리로 들려주는 팬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또, 싹둑 자른 단발머리와 잘 어울리는 ‘레옹’, 연말 느낌이 물씬 나는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무대로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히트곡 ‘금요일에 만나요’ ‘좋은 날’로 콘서트의 방점을 찍었다.
아이유는 3~4일 양일간 열린 ‘스물네 걸음 : 하나둘 셋 넷’을 통해 7천여 관객과 만났다. 둘째 날은 아이유의 데뷔 3천일이라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