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자낙스·스틸녹스·할시온 같은 마약류 의약품을 구매해 처방하고도, 실제 사용량과 재고량은 달라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5일 대통령 경호실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 재산대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3년부터 올해 10월말까지 자낙스정 600정, 할시온 300정, 스틸녹스 210정을 구매했다.
향정신성(마약류)으로 분류된 이들 의약품은 주로 공황장애나 수면장애를 줄여주기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KPIS)에는 자낙스정의 경우 절반인 300정을 구매한 기록만 남아있을 뿐, 할시온과 스틸녹스는 아예 공급기록이 없다.
현행 약사법상 제약사나 의약품 공급업체가 의료기관 등에 의약품을 공급할 경우 KPIS에 신고하도록 돼있다. 청와대측이 신고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사용량과 재고량도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호실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현재 재고량은 자낙스정 83정, 스틸녹스 101정, 할시온 100정이다.
따라서 구매 기록과 비교하면 자낙스정 513정, 스틸녹스 109정, 할시온 200정을 사용했다는 것이지만, 청와대의 '의약품 불출대장'에는 이들 마약류의 불출내역이 거의 기록되지 않았다.
윤 의원은 "이들 의약품은 마약류여서 더욱 철저하게 내역을 관리하도록 돼있지만 어디에 사용됐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일명 태반주사나 백옥주사의 사용량 역시 재고량에 비해 현저하게 적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는 2013년 이후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 관리대장'과 '마약류저장 시설점검부' 자료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며 "누가 어디에 사용했는지 떳떳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