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스타즈의 '슈퍼 루키' 박지수가 17일 청주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양지희를 상대로 포스트업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WKBL)
"준비는 돼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의 '슈퍼 루키' 박지수는 16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컨디션을 묻는 안덕수 감독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을 받았지만 발등 부상 때문에 아직 프로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던 박지수의 데뷔전 날짜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박지수는 17일 오후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의 홈경기를 통해 마침내 프로 코트를 밟았다.
박지수가 데뷔를 마치고 운동을 시작한지 4일만에 프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패턴 등을 읽히는 팀 훈련은 이틀밖에 하지 못했다. 복귀를 서두르지 않았던 KB스타즈의 안덕수 감독은 박지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애썼다.
안덕수 감독은 경기 전 "부담없이 하고 싶은대로 재밌게 농구를 해보라고 말했다. 주위의 기대가 클 것이다. 선수가 안고 가야할 부분이고 기대에 어떻게 답하느냐도 본인이 해야할 몫"이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팀이 2-5로 뒤진 1쿼터 종료 6분17초를 남기고 교체 멤버로 출전했다. KB스타즈의 유창근 장내아나운서는 "KB스타즈의 신인 선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지수 선수가 코트에 들어왔습니다"라고 소개했고 장내에 큰 박수가 터졌다.
여자프로농구계가 올시즌 가장 기다렸던 순간이다.
박지수는 들어가자마자 존재감을 자랑했다. 우리은행 임영희는 양지희의 스크린을 타고 슛을 노렸다. 양지희를 막는 박지수의 발이 느리다는 점을 감안해 도움수비 혹은 스위치 수비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박지수는 빠르게 반응해 임영희를 압박했고 임영희가 던진 슛은 에어볼이 됐다.
약 1분30초 뒤 박지수는 공을 잡자마자 중거리슛을 던져 프로 첫 득점을 올렸다. 우리은행의 주득점원 존쿠엘 존스와 매치업이 되자 패스가 들어올 때 과감하게 앞으로 전진해 스틸을 해내는 장면도 연출했다.
3쿼터 초반에는 존스의 골밑슛을 뒤에서 블록하는 수비를 펼쳐 많은 박수를 받았다. 큰 점수차로 뒤지던 KB스타즈가 4쿼터 추격전에 나설 때에는 베이스라인에서 양지희를 제치고 골밑 레이업을 넣기도 했다.
KB스타즈의 슈퍼 루키 박지수(사진 왼쪽)과 국가대표 슈터 강아정 (사진 제공=WKBL)
안덕수 감독은 박지수의 출전시간을 "최소 15분"이라고 예상했다. 선수의 몸 상태를 살펴보고 정하겠다는 의도였다. 박지수는 오랜 휴식에 따른 경기 체력 저하는 물론이고 KB스타즈의 공수 시스템에 완전히 녹아들었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감에서 비롯되는 체력 저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박지수는 예상보다 잘 뛰어다녔다. 팀 훈련 기간이 짧아 아직 공수에서의 역할 부여가 명확히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193cm의 신장을 활용해 팀에 기여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경기 전 "193cm의 선수가 한명 더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는 위협적이다"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25분 출전해 4득점을 올렸고 10개의 리바운드와 블록슛 2개, 스틸 1개를 기록했다. 리바운드 장악력과 블록슛 능력은 KB스타즈가 그토록 원하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프로 언니'들은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개막 13연승을 달렸던 최강 우리은행. 국가대표 빅맨 양지희는 이날 박지수와의 1대1 매치업에서 두차례 여유있는 득점을 터트리며 '언니'의 위용을 과시하기도 했다.
경기는 우리은행의 59-41 승리로 끝났다.
비록 졌지만 박지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몸 상태와 체력이 더 좋아지고 KB스타즈의 시스템에 더 녹아든다면 박지수의 위력은 빅맨이 많지 않은 여자프로농구에서 크게 효과를 볼 것이다. 올해 대표팀에서 박지수를 지도했던 위성우 감독은 "사실 박지수가 당장 팀에 크게 플러스 요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본인이 적응하고 배울수록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