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UFC 84'에서 제이슨 탄(25·영국)과 UFC 데뷔전을 앞두고 포즈를 취한 김동현. 자료사진
#1. 그날 '스턴건' 김동현(35, 부산팀매드)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었다.
2008년 5월 25일(이하 한국시간)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가든 아레나. 한국인 1호 UFC 파이터 김동현은 UFC 84 웰터급 경기에서 제이슨 탄(영국)을 상대로 UFC 데뷔전을 가졌다.
1라운드부터 팔꿈치 공격으로 제이슨 탄을 압도했다. 2라운드에서도 공세를 늦추지 않은 김동현은 3라운드 25초경 테이크다운에 이은 왼쪽 팔꿈치 파운딩으로 TKO승했다. 한국인 파이터가 UFC에서 첫 승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김동현의 승리가 확정되자 일요일 오전 8시부터 마음 졸이며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국내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소름 돋을 정도로 멋진 시합이었다"고 엄지를 들었다.
김동현이 보내온 첫 라스베이가스발 승전보에 국민들은 행복했다.
#2. 그날 김동현은 라스베이거스에 있었다.2011년 1월 2일 MGM그랜드가든 아레나. 제이슨 탄, 맷 브라운, T.J 그랜트, 아미르 사돌라를 꺾고 4연승(1무효)으로 승승장구하던 김동현은 UFC 125에서 난적 네이트 디아즈(미국)를 만났다.
디아즈는 진흙탕 싸움과 심리적 도발에 능한 강자. 그러나 김동현은 3라운드 내내 디아즈를 그라운드에서 압박하며 3-0 판정승했다. 동양인 최초로 UFC 5연승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UFC에 처음 왔을 때 2승2패만 거둬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는 김동현은 어느새 웰터급 강자 반열에 올랐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인생의 마지막 경기"로 여기는 마음가짐과 상대 도발에 응수하는 연습을 따로 할 만큼 철저한 준비 덕분이다.
김동현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내온 네 번째 승전보에 국민들은 어깨가 으쓱했다.
#3. 그날 김동현은 라스베이거스에 있었다.
UFC에서 3연승을 달성한 후 카메라 앞에 선 김동현. 자료사진
2011년 12월 31일 MGM그랜드가든 아레나. 김동현은 이날 션 피어슨(캐나다)과 경기를 앞두고 독기를 품었다. 언론 노출은 물론 SNS도 끊었다. 대신 일본에서 지옥훈련에 매달렸다. 타격을 집중 연마했다.
5개월 전 뼈아픈 기억 때문이다. 김동현은 같은 해 7월 MGM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카를로스 콘딧(미국)에 플라잉니킥을 맞고 2라운드 TKO패했다. 생애 첫 KO패 충격도 컸지만, 경기에서 졌다고 노력과 열정까지 폄훼하는 악플에 더 상처받았다.
김동현은 절치부심했고, 피어슨과 경기에서 타격가의 면모를 보이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콘딧에 패한 직후 철창에 기댄 채 눈물을 머금었던 김동현은 시련을 이겨낸 뒤 더 강해졌다.
김동현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내온 다섯 번째 승전보에 국민들은 감동받았다.
#4. 그날 김동현은 라스베이거스에 있었다.2012년 7월 데미안 마이아(브라질)에 패한 후 또다시 4연승을 달리던 김동현은 2014년 8월 타이론 우들리(미국)에 일격을 당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2015년 5월 24일 MGM그랜드가든 아레나. 김동현은 9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조쉬 버크만(미국)에 3라운드 서브미션승했다. 타격으로 맞서는 대신 그래플링 위주의 안정적인 시합을 했다. 결국 암트라이앵글 초크로 탭을 받아냈다.
UFC 생활 8년 째에 접어든 김동현의 매미권은 더욱 강력해졌고, 위기관리능력은 더욱 발전했다.
김동현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내온 여섯 번째 승전보를 보며 국민들은 마음에 '초심'(初心)을 새겼다.
김동현과 타렉 사피딘. 사진=UFC 아시아 제공
#5. 2016년 12월 31일 김동현(랭킹 9위)은 또다시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선다.상대는 랭킹 12위 타렉 사피딘(30,벨기에). 경기 장소는 티모바일 아레나다. 사피딘을 꺾으면 오카미 유신이 보유한 UFC 아시아 파이터 최다승(13승)과 타이를 이룬다.
김동현은 2008년 UFC 진출 후 라스베이거스에서만 9번 경기해 6승2패(1무효)를 거뒀다. 통산전적 21승 1무 3패 1무효.
그리고 나흘 후 UFC파이터 삶의 기쁨과 슬픔, 아픔이 녹아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일곱 번째 승전보를 보내올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