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뮨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질의를 받고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체부 전직 고위 관료가 청와대 전 비서관 3인방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다며 "청와대가 우리를 개처럼 부렸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는 30일 문화체육관광부 전 고위 관료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김소영·신동철·정관주 전 청와대 비서관 3인의 주도 아래 작성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A씨는 인터뷰에서 "청와대 비서관이 문체부 결재 라인을 거치지 않고 문체부 예술 실무진과 직접 접촉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며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블랙리스트를 못 봤다고 말한 건 거짓말이 아니다"고 밝혔다.
A씨는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에 대해선 "김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이 문체부 예술국 실·국장 이하 실무진과 수시로 연락하며 작업했다"며 "블랙리스트가 청와대·문체부 합작품이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김 전 비서관이 문체부와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청와대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세력은 따로 있었다. 신동철 정무비서관, 정관주 국민소통비서관의 지시 또는 협의에 따라 김 비서관이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관한 청와대 부서에 대해 A씨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실제로 주도한 신동철·정관주 전 비서관은 정무수석 소속"이라며 "나는 조 장관이 리스트를 못봤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조 장관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의 총괄자가 김 전 비서실장임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A씨는 블랙리스트 작성에 문체부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자 "청와대는 우리를 개처럼 부렸다"며 "우리는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 일했을 뿐이다. 그러나 부역자로 몰리고 있다. 우리는 희생자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사실을 폭로하는 건 힘들다. 특검에서 밝히면 괜찮지만 언론에 공개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그래서 다들 입을 다물고 있다. 이해해 달라. 나도 특검이 부르면 이대로 말할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