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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도 특권층"…반기문 '연설'에 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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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계도 특권층"…반기문 '연설'에 朴 보인다

    반 전 총장, 국민동원·노조비판·언론불신 드러내…"과거 지향 사고방식"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사실상 대권행보에 뛰어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 일성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시각과 흡사한 표현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내용 면에선 '진보적 보수주의'를 지향점으로 내세웠지만 표현 자체가 형용모순이고 모호하다는 점 때문에 여전히 판단이 쉽지 않다. 일견 '진보'에 방점이 찍힌 듯 보이지만 결국 기존의 성장제일주의로 회귀할 것이란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이 난국을 이겨낼 수 있다. 슬기와 용기, 단합된 힘으로 이겨낸 그런 유전자가 우리 몸에 있다"고 연설했다. 또 "과거에 수많은 위기를 당하면서 그때마다 우리 국민 특유의 저력, 용기를 발휘한 것을 봐왔다. 힘을 합치면 불가능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난극복의 DNA'는 박 대통령이 애용해온 표현이다. 박 대통령은 2015년 3월 중동 순방 과정에서 동포들을 만나 "우리 국민들은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는 DNA가 있어서 어려움 속에서도 그때마다 무너지지 않도록 다시 더 도약하는 역사를 만들어 왔다"고 연설한 바 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 때도 "'불가능은 없다'는 우리 민족의 불굴의 DNA"를 거론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비행기 안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도 "노동계도 특권층이다. 자기 주장만 계속 해대는 무리가 거리를 뛰쳐나와 어거지를 쓰고 하면 대타협이 안된다", "귀족 노동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노동개혁도 해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의 노동관과 유사한 언급을 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경제와 민생을 볼모로 명분 없는 파업을 지속한다면 그 부담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전가될 것이며 우리 공동체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지난해 10월11일 국무회의)거나, "국민을 위해서 필요한 정책을 업계가 국민생활을 볼모로 단체행동으로 막으려는 것은 잘못"(2014년 6월10일 국무회의) 등 비판을 내놨다.

    반 전 총장이 기내에서 읽었다는 책도 탄핵의결로 '관저 칩거' 중인 박 대통령이 최근 읽고 있는 책과 같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쓴 '제4차 산업혁명'이 문제의 책이다.

    반 전 총장은 친인척 비리 연루 등 의혹을 부인하는 방식에서도 박 대통령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언론에 대한 불신을 토로한 게 특징적이다.

    그는 "억울하고 야속하고 답답하다"(업적 논란), "억울한 면이 있다"(위안부 합의 환영 논란), "나와는 전혀 무관하다"(동생·조카 비리 혐의)고 말했다. 또 "언론에서 부정적인 것만 부각하는 것일 수 있다"거나 "한국에서 비판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는 "보도라든가 소문, 얘기,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거기에다 허위가 남발이 되고 종을 잡을 수가 없다. 한도 끝도 없는 그런 일이 벌어져서 참 마음이 답답하고, 무겁고 그런 심정"이라던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 화법과 비슷하다.

    반 전 총장은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젊다는 이유로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마구 쓰면 대를 이어 배우게 된다. 남이 받는 고통 인격말살에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지난해 광복절 경축사), "(젊은이들에게) 어르신들께서 많은 가르침 주시길 당부드린다"(지난해 9월22일 대한노인회 초청 오찬)는 발언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국민동원을 통한 위기극복, 노동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 언론이나 젊은 세대의 비판에 대한 심기 불편 등 반 전 총장의 언행에서 개발독재·성장제일주의 시절 사고방식이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똑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니까 똑같은 얘기가 나온다. 반 전 총장은 과거지향의 구시대 사람이라는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하자던데, 지금은 그게 아니라 '아 옛날이여' 타령을 끝낼 시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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