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재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SK와 롯데, CJ 등 이른바 '현안'이 있었던 다른 재벌그룹들이 떨고 있다.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의 영장에서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금과 장시호씨에 대한 지원금 뿐 아니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금출연 204억원까지 뇌물로 적시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재단법인 k와 미르에 대해 뇌물 공여로 의결했다"면서 "다만 다른 기업들에 대해 향후 구체적으로 부정 청탁 여부나 금액 등을 고려해 추후 조사 결과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 다음으로는 '사면'과 '면세점' 등 이른바 민원이 있었던 SK와 롯데, CJ 등 재벌그룹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안종범 전 수석에게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면'과 관련해 청와대측과 협의해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SK가 가장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이에대해 SK측은 "최 회장이 사면을 받을 때에는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사면을 위해 청탁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특검의 기업수사가 확대된다면 SK와 함께 우선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롯데그룹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그룹은 "박근혜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의 독대와 면세점 추가선정은 선후관계가 맞지 않는다"면서 "이미 독대이전 추가선정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독대자리에서 청탁이 있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최순실씨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면 추가지원요청에 대해 지원금액을 깍으려고 했었겠느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해 5월 말에는 K스포츠재단의 하남 엘리트 체육 시설 건립 계획에 70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하루 전에 돌려받기도 했다.
반면 CJ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CJ측은 "이미 알려진 것 처럼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요구를 청와대로부터 받는 등 가장 피해를 본 것은 CJ"라면서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손경식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자리에서 이재현 회장의 건강문제를 들어 선처를 부탁한 일이 있는 만큼 특검의 해석에 따라서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다.
이밖에 미르나 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2월 안종범 전 수석을 만났을때 세무조사무마를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부영의 이중근 회장도 특검 수사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다만 별다른 현안이 없이 기존의 관례대로 전경련의 요청에 따라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LG나 GS,두산 등은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