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7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윗선으로 꼽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79)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오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9시 46분쯤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도착한 김 전 실장은 " 최순실씨 존재에 대해 누구에게 보고받으셨냐", "아직도 최순실씨 존재 모르냐"는 등의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문 채 조사실로 향했다.
이보다 30분 가량 앞선 오전 9시 15분쯤 특검사무실에 도착한 조 장관은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진실이 특검 조사에서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문회에서 왜 블랙리스트 본적도 없다고 했나, 장관 취임 후 지원배제 과정에 영향 미친 적 없나, 김기춘실장의 지시 있었나"는 등의 질문에는 김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게 된다.
이들은 이른바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대통령 그림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을 지내며 리스트 작성·관리, 지원 배제 실행의 '총지휘자'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조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약 1년 동안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한 조 장관은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전혀 본 적 없다"며 부인하다, 집요한 질문 끝에 블랙리스트 존재를 인정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작성 경위와 관여자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특검은 위증 혐의로 국조특위에 조 장관 고발을 요청했다. 특검팀은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가 국가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범죄라고 보고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전 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