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8일) 개봉한 영화 '더 킹' (사진=NEW 제공)
어느 순간부터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는 '현실'을 말하는 영화가 많아졌다. 정유년 새해부터 권력층 폐부에 메스를 들이대는 풍자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늘(18일) 개봉한 '더 킹'(감독 한재림)은 소위 '5공'이라고 불렸던 전두환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를 배경으로,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박태수(조인성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실제 역대 대통령들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에 굵직한 한 획을 그을 만한 주요 사건들이 등장한다. 법 앞에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본래의 목적은 잊은 채, 사건이 잘 익기를 기다렸다가 터뜨리는 것에 몰두하며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싶어 하는 검사들의 모습은 권력층의 민낯을 잘 보여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에 모든 촬영을 마친 '더 킹'은 공교롭게도 현 시국과 연결지어 볼 수 있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갖은 특혜를 누리며 정치적 손익 계산에만 몰두하는 한강식(정우석 분), 양동철(배성우 분)은 국민들에게도 익숙한 어떤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현재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직무정지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가결 당시 미소 짓는 장면으로 등장해 묘한 기시감을 안긴다. 권력과의 끈을 유지하기 위해 대통령 후보를 맞히는 조건으로 박수무당을 찾아가고 우스꽝스러운 굿판을 벌이는 장면도, 충분히 '코믹'스럽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스노든' (사진=더쿱 제공)
오는 25일 개봉하는 '스노든'(감독 올리버 스톤) 역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테러방지라는 미명 하에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을 감행하는 국가의 불법 사이버 감시 행위를 폭로한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의 실화를 그린 '스노든'은 권력에 맞선 개인의 '위대한 고발'을 다룬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주요 IT 기업의 서버에 접속해 이메일, 채팅, 문자, 통화기록 등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며 감시하는 미국 정부의 행태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경험한 한국 관객들에게도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이다.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그린 '플래툰', 금융자본을 비판한 '월 스트리트',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한 'JFK' 등 영화로 현실을 말하기에 주저함이 없었던 올리버 스톤 감독은 '스노든'에서도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무엇 때문에 고발자가 되었던 걸까? 포골에 어떤 희생이 따를지 알고 있었을까?"라는 물음에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양한 이미지가 공존하는 할리우드 대표 연기파 배우 조셉 고든 레빗이 실존 인물 '스노든' 역할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우울한 시국 속, 다소 무거운 톤의 현실 반영 영화는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오늘 개봉한 '더 킹'은 예매율 30%대를 가뿐히 넘기며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일주일 후 개봉하는 '스노든'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