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희소성 있는 음색, 감성을 두드리는 노랫말과 감각적인 멜로디. 곡을 발표할 때마다 차트를 집어삼키며 '음원 깡패'라는 수식어를 얻은 가수 자이언티(Zion.T)가 또 한 번 화려하게 귀환했다. 자이언티는 새 앨범 '오오(OO)'로 1년여 만에 컴백하자마자 두 달여간 맹위를 떨친 '도깨비' OST의 벽을 넘고 음원 차트를 '올킬'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아이튠즈 차트에서도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기분 좋게 출발선을 끊은 자이언티와 앨범 발매 당일인 지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더 블랙 레이블' 사옥에서 만났다. 트레이드마크인 안경을 쓰지 않은 내추럴한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선 자이언티는 "음반이 나오자마자 반응이 뜨거워서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음원 강자들과 엄청난 드라마('도깨비'를 지칭)의 OST가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는 차트를 보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떠올렸다. 다행히 너무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포털 검색어 순위도 온종일 1위던데, 전혀 예상 못 한 일이다. 새로 나온 음악을 궁금해하셔서 그런 게 아닐까. '자이언티가 사고를 쳤나?' 하는 생각을 하신 분이 계실 수도 있고."
총 8곡이 담긴 새 앨범 제목은 자이언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안경을 연상케 하는 'OO'다. "'OO'는 저의 시그니처, 아이덴티티라고 볼 수 있는 안경을 상징한다. 제 시야, 시각을 담았다는 표현이기도, 대중과 저와의 교집합을 의미하기도 한다. 상투적이지만, 다양한 테마와 장르의 곡들이 담긴 앨범이다. 일관성이 있다면, 한 사람의 목소리와 생각이 담겼다는 것 정도이고."
그간 '양화대교', '노 메이크 업(No Make Up)', '꺼내 먹어요' 등 자작곡으로 큰 사랑을 받아 온 자이언티는 이번에도 앨범의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해 자신만의 색깔로 앨범을 채웠다. 그리고 보란 듯이 음원 차트를 자신의 색깔로 물들였다.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노래에 담았다. 앨범 소개 글을 직접 써보려고 했는데, '최근 생각들을 담았습니다' 한 줄밖에 못 쓰겠더라."
경험담을 토대로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자기 자신만을 위해 만든 앨범은 아니다. "'자이언티는 감탄을 줄 수는 있지만 감정을 줄 수는 없다'는 댓글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고 나서 '양화대교'란 곡을 썼는데, 많은 분들에게 감정을 줬다는 평가를 들었다. '아, 혼자 하는 음악이 아니구나' 하고 느꼈지. 그 이후 공감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더라. 아까 말한 교집합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 중이고."
타이틀곡 '노래'도 어떻게 보면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나온 곡이다. 혼자만의 일기를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됐을 때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사랑받고 싶은 아이러니한 감정을 표현한 가사와 자이언티 특유의 음색, 자유분방한 멜로디가 귀를 잡아끄는 곡이다. "내 이야기를 쓴 노래 가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알려졌을 때 기분이 싱숭생숭한 적이 있다. 나 혼자 일기장에 쓸 법한 내용을 사람들이 다 알고 따라 하고, 누군가 그걸 놀리고, 그런 상상을 해보니 당혹스럽더라. 아마 본인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어떨까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서 곡을 들어봐도 재미있을 거다."
타이틀곡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곡도 있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주제로 한 곡으로 마음속 이야기를 솔직하고 위트 있게 풀어낸 가사가 돋보이는 곡 '컴플렉스(Complex)'다. 이번 앨범은 화려한 피처링 라인업으로 발매 전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이 곡에는 빅뱅 지드래곤이 또 다른 수록곡 '미안해'에는 빈지노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정말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이다. 성심성의껏 준비한 앨범에 진짜 사랑하는 아티스트와 함께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두 분 모두 흔쾌히 수락해주더라. '미안해'는 빈지노 형 덕분에 더 귀여운 곡이 됐다. (권)지용이 형은 바쁜 일정에도 녹음을 몇 번이나 다시 해줬다. 정말 감사하다."
그런가 하면, '컴플렉스'는 '내가 아이돌이었음 좋겠어 / 사랑 노래만 쓰면 되니까 / 노래 못하면 벗으면 되니까'라는 가사로 인해 '아이돌을 비하' 논란을 낳기도 했다. "내가 아이돌을 비하했다며 화를 내시는 분들이 계시더라. 비하할 생각도, 한 적도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긴 연습생 기간을 거친 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무대에 올라오신 분들을 리스펙트(respect)한다."
자이언티는 지난해 정든 아메바컬쳐를 떠나 YG엔터테인먼트 간판 프로듀서인 테디가 설립한 독립레이블인 '더 블랙 레이블'에 합류했다. 'OO'은 그가 둥지를 옮긴 이후 처음으로 발매한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아메바컬쳐는 좋은 회사였고, 같이 일하면서 자유로웠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뮤지션의 수명은 예측할 수 없지 않나."
다행스러운 건 둥지를 옮겼지만, 자이언티 음악 특유의 감성은 그대로 남았다는 점이다. "달라진 건 사무실 주소가 달라졌다는 것 정도다. (웃음). 사용하는 음악 장비도, 동료들도 똑같다. 자이언티 음악이 YG 산하 레이블에 간 뒤 바뀌지 않았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었던 게 사실인데, 이번 앨범 듣고 아니라는 걸 느끼셨을 거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음악이 달라져서 그렇지 추구하는 건 분명하다는 것도."
컴백하자마자 독보적인 음원 파워를 과시한 자이언티에게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언제까지 정상자리를 지키며 인기를 이어갈지도 관심사. 하지만, 정작 자이언티는 "성적은 이미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며칠 동안 1위를 하고 이런 건 의미가 없어졌다. 이미 너무 감사하게도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 나에게 더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어서 더 많은 분들께 들려 드리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