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항소심 선고공판을 위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63) 경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홍 지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윤승모(54)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일단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과 녹취서, 메모 등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유일한 직접적인 증거인 금품 전달자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대해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아 이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은 경선 자금 전달에 앞서 성 전 회장과 홍 지사가 만나게 된 경위, 이후 경남기업에 가서 돈을 받은 과정, 아내와의 대화 내용 등 금품 전달 경위에 대해 어느 정도 사실관계는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억 원을 전달하기 위해 홍 지사의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을 찾아간 과정이나 집무실의 구조 등에 대한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시점에 국회 의원회관이 공사 중이었는데 윤 전 부사장이 이러한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점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윤 전 부사장이 중요 증거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고 은닉 내지 폐기한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또 홍 지사가 평소 친분관계가 없던 성 전 회장에게 1억 원을 받을 동기도 뚜렷하지 않다고 봤다. 오히려 윤 전 부사장이 자원외교 수사 당시 처벌 우려 때문에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윤 전 부사장은 같은 내용을 추상적으로 진술했을 뿐 전후 사정에 해당하는 여러 내용에 대해서는 자신의 경험이 아니라 일반적 경험에 의해 추론하고 있다"며 "자백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 "맑은 눈으로 재판부가 판단을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만 말한 뒤 법원을 떠났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당시 성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 부사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지난 2015년 7월 불구속기소됐다.
1심은 홍 지사에 대해 징역 1년 6월의 실형과 추징금 1억 원을, 윤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홍 지사에 대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고 성 전 회장이 윤 전 부사장에게 금품 교부의 역할을 맡기기로 한 것으로 판단이 되고, 성 전 회장의 진술 내용에 증거 능력이 있다"면서 "홍 지사가 윤 전 부사장을 통해 1억 원을 교부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홍 지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자원외교 비리'로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성 전 회장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서 돈을 건넨 정치인 중 한 명으로 홍 지사를 지목하면서 세간에 알려졌으며, 곧바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이완구(67) 전 국무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지난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