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동신문 제공)
16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북한이 '최대 명절'인 김정일 생일(광명성절) 75돌을 맞아 추모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 것.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전날 75회 김정일 생일을 기념해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보고대회에 참석했다.
김정남이 피살된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은 행사 내내 침울한 표정을 보였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할 때 청중석을 바라보거나 손을 흔들지 조차 않을 것을 두고 김정남의 죽음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김정남 암살이 김정은의 뜻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추론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 정보기관들이 김정은에 충성을 경쟁하는 과정에서 광명성절을 앞두고 김정남을 피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와 관련해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인 이한영은 지난 1997년 2월 15일 광명성절을 앞두고 북한 내 기관들의 충성경쟁 과정에서 피살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위원장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북한의 고위 관리 출신 탈북자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김씨 일가를 특히 '백두혈통'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김정은)뿐이며, 충성심에 자발적으로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16일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남 피살이) 암살이 맞다면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1968년 (북한의) 청와대 습격사건에 이어 1972년 남북 비밀접촉이 있었는데 김일성이 그 사건에 대해 '맹동분자의 소행'이라며 사과성 발언을 했다"면서 "자기가 승인한 것에 대한 책임 회피인지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의 포인트는 북한이 (김정남 살해 사건을) 저질렀다면 최고 지도자가 모르겠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도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김정남 암살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였다"면서 "암살 시도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도됐다"고 밝혔다.
김정남 피살 이후 김정은이 첫 공식 석상에서 '최대 명절'분위기와는 상반되게 시종일관 침울한 표정을 지은 것은 계획된 연출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은은 자신의 고모부이자 후견인이었던 장성택을 처형한 지 닷새 후 김정일 위원장의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했을 때도 이같은 모습이었다.
김정남은 북한의 선대 최고 권력 김정일과 첫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으로, '백두혈통'의 적통을 잇는 장손이라는 상징성이 자못 크다.
김정일의 75회 생일을 맞아 추모 분위기를 한 껏 띄우고 있는 이날 독살 당한 김정남의 싸늘한 시신을 북한으로 인도한다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발표가 나온 모순된 상황이 김정은의 얼굴 표정에서 읽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