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14차 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변론을 이달 24일 열겠다고 밝히면서 3월 둘째 주쯤 재판관 8인 체제에서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16일 14차 변론에서는 '최후진술 예고편' 같았던 양측의 구두 공방이 벌어져 이미 서막이 올랐음을 알렸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최종변론기일을 공지하면서 "아까 쌍방대리인이 마치 최종변론인 것처럼 장시간 심도 있게 변론해주셨다"는 말을 남겼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재판관 출신의 이동흡 변호사(66·사법연수원 5기), 국회 측은 헌재 부장연구관 출신 이명웅(57·21기) 변호사가 이날 오후 벌인 구두변론을 지칭한 것이다.
◇ 이동흡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뇌물죄 규명 부족"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14차 변론기일에 대통령 측 대리인단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먼저 연단에 선 건 박 대통령의 '방패'로 나선 이동흡 변호사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하순부터 박 대통령의 수임 요청을 받고 배후에서 법률 지원을 하다 이번 주에야 대리인단에 정식 합류했다.
이 전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2013년 1월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업무비 사적 유용 논란 등으로 낙마한 인물이다.
이동흡 변호사는 지난 14일 합류 뒤 첫 변론에서 "박 대통령은 부양할 자식도 없이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애국심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은 못하더라도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두둔했다.
그는 이날 변론에서는 탄핵소추 사유 가운데 강요‧직권남용죄나 뇌물죄가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 중에 있을 뿐 밝혀진 사실은 아직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뇌물죄 부분에 대해선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경제공동체'도 아니고, 제3자 뇌물수수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설령 있었다고 하더라도 삼성 합병이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다고 쉽게 결론내릴 수는 없다"고도 했다.
특히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차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던 중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며 "사실관계 규명도 부족하거니와 법리상으로도 죄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고 이동흡 변호사는 강조했다.
그는 강요죄에 '협박'은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가져와, 재단 출연금은 "문화와 체육의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법인을 설립하는데 함께 참여하는 것"이고 "협박이나 권한 남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 이명웅 "국가란 무엇인가…공공선 아닌 특정인 이권에 국정 동원"이에 맞서 이동흡 전 재판관과 헌재 생활을 함께했던 부장연구관 출신 이명웅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손상시킨 헌법질서'라는 제목의 준비서면을 낭독했다.
이명웅 변호사는 "흔히 '비선실세 국정농단'이라고 표현되지만, 이 사건은 헌법적 관점에서 '국가의 공조직과 헌법시스템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저서 <정치학>(폴리티카)에 등장하는 '국가는 개인들의 결합을 통해 개별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공공선(공익)을 지향하는 것'이라는 개념을 인용하며, 미국 연방헌법 제정자들이 국가권력 분리,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공공선을 추구했다고 발언을 이어갔다.
공공선을 추구하는 정치적 공동체로서 국가론이 역시 우리 헌법의 바탕이라는 이명웅 변호사는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순실 등의 사익추구를 위해 국가조직을 동원시켰고, 고위공직자 임면에 있어 공직시스템의 심각한 훼손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한 국가의 부(部)인 문체부를 초토화시킨 박 대통령의 행위가 공무원들이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을 접고, '특정 권력자 혹은 그들의 비선실세'에 봉사하려는 마음을 갖도록 조장해 공공선이 아니라 특정 개인의 이권에 국정을 동원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언론의 자유 침해, 공적 영역과 시장경제질서 구분의 파괴와 함께 이런 헌법 위배의 중대성을 장시간 주장했던 그는 "너무 길어서 죄송하다"는 말로 변론을 마무리했다.
◇ 2004년 30분 줬지만, 몇 시간씩 릴레이 최후진술…이번에도 치열할 듯헌재는 오는 24일 최종변론을 앞두고, 양측에 오는 23일까지 종합 준비서면을 제출하도록 했다.
최종변론에서는 양측이 더욱 치열하고 긴 설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윤영철 헌재소장은 각각 30분의 시간을 줬지만, 양측은 이를 훌쩍 넘겨 최후진술을 했다.
당시 소추위원이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탄핵심판의 의의로 포문을 열더니 대리인단이 돌아가며 탄핵 인용을 위한 주장을 이어갔고, 소추위원이 다시 바통을 넘겨받아 마무리했다. 대략 2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에 맞서 당시 노 대통령 측은 유현석 변호사를 시작으로 하경철 전 헌법재판관, 양삼승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 등이 탄핵의 부당함에 대해 반론을 폈다. 노 전 대통령은 끝내 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이날 변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나와 최후진술을 할지에 대해 “이제는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즉답은 피했다.
선고날짜는 최종변론을 마친 뒤 재판관들의 평의가 진행된 뒤 공지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추후 지정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변론이 종결됐다.
당시 재판부는 2004년 4월 30일 최종 변론 뒤 그해 5월 3~7일 결정문 초안 작성을 마쳤고, 14일 선고했다. 선고기일통지서는 선고 3일전 작성됐다.
2004년때 2주가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선고시점은 다음달 10일 전후가 유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