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사진=송호재 기자)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 문제로 불거진 한일 외교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부산의 지자체 등에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해 논란이 예상된다.
관할인 부산 동구청은 지자체가 소녀상 이전을 결정할 수 없다는 기존 견해를 다시 한번 밝히는 등 사실상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 동구청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14일 부산 평화의 소녀상 설치 문제를 담당하는 부산 동구 안전도시과에 "부산 평화의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부산 평화의 소녀상이 '외교 공관 보호와 관련된 국제 예양 및 관행'적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시민사회와 정부, 관련 지자체 등이 이를 적절한 장소로 옮기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최근 부산시의회가 개정을 추진 중인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관한 조례'에 소녀상 이전을 비롯한 문제 해결 방안을 담을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평화의 소녀상이 외교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니 이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취지의 공문이다. 이 공문은 관할인 동구청 외에 부산시와 시의회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청은 '소녀상 이전은 없다'는 기존의 견해를 다시 한번 밝혔다. 박삼석 동구청장은 "외교부는 외교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라 이 같은 공문을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강제성을 가진 공문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또 "일선 지자체 입장에서는 시민단체가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거나 옮길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임기 내에 소녀상을 철거하거나 옮기지 않겠다는 기존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추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여전히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부산겨레하나 윤용조 정책국장은 "소녀상에 직접 손을 댈 명분이 없는 외교부가 각종 부담을 떠안기 싫어 지자체에만 압력을 넣는 무책임한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며 "24일 동구청과 면담을 통해 공식 견해와 향후 계획을 결정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외교부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이나 여론은 무시한 채 사실상 관할 지자체를 통한 압력 행사에 나서면서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