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패의 차이는?' 이승훈(왼쪽)과 김보름이 23일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매스스타트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의 성적을 낸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비히로=노컷뉴스)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경기가 열린 23일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 이날 한국 선수단은 내심 동반 우승을 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남녀 랭킹 1위가 출전하기 때문. 남녀 장거리 간판 이승훈(29 · 대한항공)과 김보름(24 · 강원도청)이다. 이승훈은 앞선 경기에서 3관왕을, 김보름은 전날 5000m에서 금메달을 이뤄낸 상승세에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의 바람은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이승훈이 기대대로 금메달을, 김민석(평촌고)이 동메달을 따냈지만 여자부 김보름은 1, 2위를 일본 선수에 내주고 동메달만 수확했다.
팀 작전과 호흡에서 성패가 갈렸다. 남자 대표팀은 에이스 이승훈을 비롯해 김민석, 이진영(강원도청)까지 완벽한 호흡으로 상대를 견제하며 1, 3위를 가져왔다. 그러나 여자팀은 김보름을 받쳐줄 선수가 없어 작전 자체가 어려웠다.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처럼 자기 레인이 없이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때문에 상대 견제와 심지어는 몸싸움까지 빈번하게 일어난다. 쇼트트랙과 흡사한 종목이다.
▲日 여자 매스스타트, 초반 질주 작전 대성공
먼저 열린 여자부에서는 일본의 작전이 완벽하게 성공했다. 다카기 미호와 사토 아야노가 먼저 치고 나섰고, 뒤에 있던 다카기 나나가 상대 선수들을 견제했다. 김보름은 선두권을 따라잡기 위한 기회를 노렸지만 다카기 나나가 앞에서 번번이 길을 막는 바람에 추월하지 못했다.
물론 김보름이 지친 탓도 있다. 전날 김보름은 여자 최장거리 종목인 5000m를 치렀다. 반면 일본 3인방은 5000m에 나서지 않고, 매스스타트에 대비했다. 다카기 미호와 사토가 12바퀴째 다른 선수 그룹을 거의 한 바퀴나 앞설 수 있던 이유다.
하지만 작전의 영향도 컸다. 김보름은 "일본이 그런 작전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면서 "그러나 대응책이 별로 없었다. 작전에서 진 경기"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우리도 작전을 짤 수 있지만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보름과 함께 박도영(동두천시청), 박지우(의정부여고)도 출전했지만 다소 기량의 차이가 있어 작전을 짜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승훈도 "작전을 수행하려면 기량이 비슷해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진영과 김민석이 상대를 잘 도와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에서 츠치야 료스케(일본)가 치고 나갔지만 이진영이 견제를 하면서 독주는 하지 못했다. 이승훈이 막판 대역전을 펼칠 수 있었던 발판이 된 셈이다.
김보름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교훈을 얻었다"면서 "평창올림픽에서는 잘 타는 유럽 선수들이 많아 (일본의) 작전이 쉽진 않을 수도 있지만 미리 아시안게임에서 이런 작전을 볼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훈도 "쇼트트랙처럼 작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평창올림픽 메달을 위한 관건이다.